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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고사라도…'
/위영석 기자 yswi@hallailbo.co.kr
입력 : 2002. 03.06. 12:10:44

 요즘 제주경찰의 교통부서는 죽을 맛이다.
 월드컵의 해를 맞아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강화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사망사고에다 대형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사망사고 감소율 전국 2위라는 기록을 모두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까지 음주 5백42건, 과속 5만6백93건, 중앙선 침범 4백49건, 신호위반 1천20건 등 총 5만9천53건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천2백45건보다 4만8백8건 2백23%가 늘어난 것으로 경찰의 단속 강도가 예년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속의 강도에 비해 교통사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11%나 늘어났다. 지난달 말 교통사고 건수는 4백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백75건보다 42건이 늘었고 부상자도 지난해 4백64명에서 5백13명으로 11%정도 증가했다.
 경찰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달부터 교통사고현장 전시회와 파출소 결의대회 등 교통법규 준수를 위한 대 도민홍보에 역량을 집결하고 있다. 또 5일 한라대학 아트홀에서 제주와 서귀포경찰서 직원들과 모범운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다짐대회도 가졌다.
 하지만 이날 신문 사회면에는 14명의 무고한 대학신입생들이 20대 무면허 운전자의 질주로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 다짐대회를 준비하던 직원들을 허탈하게 했다.
 특히 지난 1월 교통안전 책임자로 임명된 고성욱계장은 지난 설날이후 하룻 밤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화받기조차 겁난다고 한다. 오히려 강력계장으로 일할 때보다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하다.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비법이 없는지 묻는다. “모든 차량을 운행정지 시키면 어떨까”라는 우스게 소리도 해보지만 교통사고의 예방은 무엇보다도 운전자의 안전의식과 교통법규 준수 뿐이다.
 5일 다짐대회장을 빠져나오는 한 직원의 말이 묘한 여운과 함께 현재 제주 도민의 교통문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운전자의 안전의식 제고없는 다짐대회나 결의대회 보다는 천지신명께 고사라도 지내는 것이….”
 이제 경찰 혼자 교통사고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찰 뿐만 아니라 모든 도민이 나서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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