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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추사관 부조화·예술혼 느낄 수 없어

추사적거지 이대로 좋은가
입력 : 2002. 05.07. 10:39:12
불후의 명작 ‘세한도’(歲寒圖)의 산실인 추사적거지가 지난달 제주도기념물 제59호로 지정됐다.

 남제주군 대정읍 안성리에 있는 적거지는 추사(秋史 金正喜, 1786∼1856)가 조선 헌종 1840년 9월부터 1848년 12월까지 만 8년 3개월, 햇수로는 10년 유배세월을 보냈던 곳이다.

 당시 조정에서 잘 나가던 추사는 안동김씨 세력과의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절해고도의 원악지인 이곳 대정땅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추사가 받았던 형벌은 유배중에서도 가장 가혹한 ‘위리안치’, 즉 탱자나무 울타리로 사면을 두르고 보수주인(保授主人, 감호하는 주인)만 출입할 수 있는 형벌이었다.

 추사는 이곳에서 우리나라 문인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와 그 유명한 추사체를 완성했다.

 추사의 예술혼이 서린 적거지가 이제야 도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 현재의 초가 5채는 1984년 고증에 따라 복원됐다.

 하지만 추사적거지는 유배지의 분위기나 추사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2층짜리 육중한 추사관이 귀양살이 했던 초가를 가로막는다. 기념관 역할을 하는 추사관은 관람객들이 이곳을 지나 초가로 갈 수 있도록 일종의 출입구 역할을 하고 있으나 건물 자체는 유배처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6일 만난 한 관람객이 말처럼 추사적거지를 가리는 장애물일 뿐이다.

 전시자료의 부족과 엉성한 디스플레이도 문제. 추사적거지 소장자료는 모두 2백27점으로 기간을 달리하며 교체전시된다. 이중 진본은 대정향교에 소장돼 있다 지난 3월 기증받은 ‘의문당’(疑問堂)현판 등 2점이며 나머지는 영인본 81점, 서각 2점, 민구류 1백42점 등이다.

 추사관에는 진본 2점을 비롯 현재 36점이 전시돼 있지만 설명문이나 디스플레이 역시 관람객들로 하여금 추사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부실하다.

 인근 지역주민은 “관람객중 세한도나 추사체를 모르는 사람이 7, 80%는 되는 것 같아 깜짝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적거지에서도 추사의 예술세계를 일목 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너무 빈약하거나 상시 안내체제가 제대로 안 갖춰져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데 한계가 있다는데 있다.

 관람객들은 추사관이나 적거지를 한번 둘러보고 난뒤 주변을 배회하다가 돌아가기 일쑤다. 기념품점 등 관람객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남제주군은 오는 7월부터 추사적거지에 대한 입장료를 징수할 계획으로 있으나 현 상태로는 ‘볼것은 없는데 비싼 관람료만 낸다’는 식의 반발이 우려된다.

 남제주군은 이에따라 최근에야 ‘위리안치’ 유배지에 맞게 가시나무 울타리 재현 차원에서 탱자나무 1백20본을 식재하는등 부심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서깊은 역사문화유적지로서의 명성과 위상을 찾아나가야 한다.

 적거지를 가로막는 추사관을 이전 새단장하는 방안을 비롯 꾸준한 자료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추사는 특히 수선화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유홍준 명지대교수가 펴낸 ‘완당평전’에 따르면 ‘완당선생전집’에는 수선화를 노래한 시가 다섯수 실려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목판화 수선화 그림을 그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돌하루방’이나 ‘하트’ 모양 등으로 수선화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코너의 개발 등 상품화 방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추사제’ 역시 단순한 제향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주의 민속을 결합한 작지만 알찬 행사로 꾸며나가야 한다.

 이에대해 향토사학자인 김찬흡씨는 “추사는 제주유배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흩어진 관련자료와 제주시절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 추사적거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남제주군 관계자는 “자료는 꾸준히 보강할 계획으로 있다”며 “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사적거지를 정비할 계획을 구상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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