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섬 속의 섬을 가다 (6)무인도(다려도) 이제부터는 무인도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도 고고학적 유물은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낚시터이자 원앙새의 휴식처로 유명한 다려도다. 취재팀은 지난달 29일 이 섬을 찾아 조사를 벌였다. 이곳에서는 탐라초기의 대표적인 적갈색 토기편이 다량 확인돼 유적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갈색 토기편은 기원후 2세기를 중심년대로 하는 전형적인 곽지리식 토기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유물출토 양상으로 볼때 다려도는 기원전후부터 바다와 관련된 신앙 등 어떤 의식행위가 이뤄졌던 제사유적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다려도의 유적은 파괴된채 방치되고 있어 조사와 함께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다려도 유적은 여러모로 주목된다. 제주 본섬 주변의 유인도에서 확인되는 유물·유적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다려도의 환경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거주하기에는 적당치가 않다. 그런데도 기원무렵 탐라전기의 유물이 출토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려도에서 출토되는 적갈색 토기편은 팔각정 건물 주변에서 상당히 많은 양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유물의 집중 분포지는 대부분 파괴됐다. 몇년전 팔각정이 들어서면서 유물분포지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무지와 무관심 탓에 귀중한 선사유적이 사라일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곳의 문화층은 30㎝도 채 안될 정도로 빈약하지만 유물의 집중도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확인되는 곽지리식 적갈색토기는 탐라초기(기원후 1∼500년)의 표지적 유물이다. 거주환경이 열악한 자그만 섬에서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된다는 것은 어떤 인간의 행위가 이뤄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고고학적 증거다. 그것은 무엇일까.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이 제사유적일 가능성이다. 바다와 관련된 제사 등 신앙행위가 이루어졌으리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마을 앞에 위치한 섬의 입지 뿐 아니라 유물이 전망 좋은 지점을 중심으로 한군데서 집중적으로 출토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려도는 유물의 다양성이 미약하지만 김제 심포리(기원후 3∼6세기)나 부안 격포리(기원후 3∼9세기)제사유적 역시 주로 토기가 출토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일본 후쿠오카현을 비롯 북구주 일대에서도 다려도와 같은 제사유적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다려도의 유물출토는 제주섬의 대표적인 용담동 제사유적과 비교해서도 시선이 모아진다. 용담동 제사유적에서는 청동제 유물과 철체화살촉 금동제 허리띠 장식 등 다양하게 출토됐다. 중심년대는 기원후 8∼9세기대로 판단된다. 다려도의 경우는 전형적인 곽지리식 토기가 출토된다는 점에서 중심년대는 기원후 2세기대 전후로 파악된다. 용담동 제사유적과 비교해서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이 시기의 제사유적은 드물뿐 아니라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제사유적으로 고고학계에 잘 알려진 부안 죽막동 유적은 기원후 3세기부터 조선시대까지 해당된다. 그런점에서 다려도 유적의 의미는 작지 않다. 유적의 특이성 뿐 아니라 탐라초기 고대인들의 의식과 관련된 사회문화상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기 때문이다. 북촌 일대는 다려도 유적 이외에도 바위그늘집자리가 자리하고 있다. 북촌 바위그늘집자리 유적(Rock-Shelter)은 신석기 후기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다려도 유적의 이면에는 이러한 신석기시대부터 이어져온 고고학적 배경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북촌 일대의 고대인들은 기원무렵부터 이곳에서 바다의 풍요와 무사안녕등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던 것이다. 하지만 유적의 정확한 성격은 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처럼 파괴된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들은 아무 쓸모없게 될 지도 모른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려도 유적에 대한 조사와 보존대책이 나와줘야 한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다려도는 어떤 섬? 북촌리 해안과는 4백미터 정도 떨어진 무인도다. ‘달여도’라고 불리기도 하고 섬 전체가 물개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獺嶼島)’라고도 불린다. 북촌리 87∼90번지에 속하며 면적은 7천4백70평 정도로 아주 작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보물섬으로 여긴다. 해산물이 풍부해서 해마다 2억원 이상의 수입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계절 낚시터로, 겨울철에는 원앙새의 보금자리로도 유명하다. [사진설명]동복 해안에서 바라본 다려도 전경.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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