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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탐사
[이색 명소를 찾아]한라산 관음사 전통다원 '山소리'

가을 산빛으로 물든 내마음 차 香 가득
/한승철 기자 schan@hallailbo.co.kr
입력 : 2003. 10.31. 14:36:33
가을산사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모처럼 도심을 벗어나 찾은 한라산 관음사 주변은 총천연색의 산풍경이 가득했다. 금새 마음이 가을산빛으로 물들어버린다.

 한라산 관음사 전통다원(茶苑) ‘山소리’(다원장 정대원성)는 사찰 일주문 바로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점심 전이라 손님이 없어 다원장인 정 보살에게 이것 저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불교음악이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오가피와 산뽕나무를 달여 만든 엽차를 마시면서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30평 남짓한 공간이다.

 벌써 산사 주변은 초겨울로 접어들어 다원 홀 중앙에는 장작난로가 설치됐다. ‘오후 7시30분 다원 문을 닫는 시간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단단히 입어야 한다’고 정 다원장은 말했다.

 산소리가 문을 연 것은 지난 5월, 반년이 지나간다. 참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회주스님인 중원스님에 의해 다원이 만들어졌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것 같습니다”. 정 보살은 그동안 소문도 적잖게 퍼져 있는데 사람들을 그냥 되돌아가게 할 수 없어 추석이나 구정말고는 쉬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함께 일하는 해원보살도 밝은 표정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정서적으로 맞는다’고 거들며 자연속의 일터를 은근히 자랑했다.

 여기서는 제주작설차를 비롯 보이차 오룡차 등 중국차, 말차 등 다양한 차를 마시거나 한과를 먹으면서 겨울산사 분위기에 푹 빠질 수 있다. 차값은 4천∼5천원이다. 홀 주변에는 다기들이 진열돼 있다. 최고 30만원짜리에서부터 5만∼10만원짜리 다기세트와 중국 다관과 찻잔도 있다. 오미자 설록차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 한해 식사도 가능하다. 정 다원장은 “전국의 사찰 주변 음식점을 벤치마킹함은 물론 스님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좋은 음식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밀 차 수제비’가 별미다. 수제비는 우리밀을 녹차로 반죽한다. 버섯 무 다시마 등을 달여 만든 국물에 수제비를 넣고 들깨가루를 풀어 놓아 맛이 독특하다. 흑임자죽과 들깨죽도 있다. 담백하고 정갈하며, 영양도 있어보인다. 특히 사찰음식에 준하는 만큼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넣지 않는다고 했다.

 애머산 자락에 자리잡은 관음사는 조계종의 제 23교구 본사다. 조선 숙종 이형상 제주목사 재임때 폐사됐다가 1912년 비구니 봉려관에 의해 다시 창건됐다.

 요즘 관음사 주변은 초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낮시간을 활용해 가을산사의 풍광을 가슴에 담은 뒤에 다원 ‘산소리’에 들러 차 한잔을 곁들인다면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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