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만나는 山寺풍경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 맛이다. 아이들은 겨울방학 동안 춥다며 실내에서만 지내려 하고, 부모 역시 감기에 걸린다며 외출을 삼가하게 한다. 그러나 춥다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나태하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추운 겨울일수록 자녀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맞고 대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겨울 눈덮인 산사를 찾는 것은 사회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나 방학중 무기력해지는 자녀들을 위한 활력소로 다가올 것이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잡은 관음사는 제주의 조계종을 대표하는 절이다. 관음사는 1908년 비구니인 안봉려관 스님에 의해 중창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음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지난 99년 제주도지정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경내 왕벚나무 자생 군락 역시 같은 해에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제1산록도로 중간 지점에 자리잡은 관음사를 찾았다. 많지는 않았지만 하얀 눈이 쌓여 있어서 절 집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부처님이 깨우친 인생과 우주에 대한 진리통달이 오직 마음의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일주문(一柱門) 안으로 들어서자 세속에 찌든 마음이 한결 상쾌해졌다.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길게 뻗은 인도에는 눈을 이고 말없이 앉아있는 석불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부처님을 경배하기 위해서는 꼭 통과해야 한다는 사천왕문을 지나자 대웅전과 요사체가 보인다. 인적없는 겨울 산사에는 호젓함과 적막함이 밀려온다. 파란 이파리가 남김없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은 겨울 찬바람에도 꿋꿋이 서 있다. 왕벚나무 역시 올 봄 화사한 꽃을 피우기 위해 이 겨울을 그렇게 인내하고 있는 듯했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풍경소리만이 겨울 산사의 적막감을 달래준다. 대웅전을 찾아 합장하고 잠시 살아온 날들을 회상해 본다. 역시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싯달타는 온갖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출가했고,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합장을 했다. 대웅전을 나와 하얀 눈을 밟으며 산사를 거닐며 대자연을 만끽했다. 내려오는 길에 일주문 오른쪽에 있는 전통 찻집 ‘산소리’에 들러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좋다. 고즈넉한 겨울 산사의 입구에 마련된 조용한 공간에서 가지런한 다기에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 전통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은 이 겨울 새로운 추억으로 다가온다. △찾아가는 길=제주시에서 제1횡단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제주대학교를 지나 약 1km 지점에 검문소가 있다. 계속 5백m 정도 더 가면 관음사 도로가 나타난다. 이 곳에서 약 10분 정도 가면 관음사가 위치하고 있다. [사진설명]흰눈덮인 관음사 풍경이 한층 호젓함을 더한다. 자녀들과 함께 찾아 산사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잠시 일상을 떠나 나를 세워보자.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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