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년 섬 역사 켜켜이 간직 산굼부리에서 대천동으로 가다가 정석비행장으로 우회전해 남제주군 표선면 가시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도로 왼편에 지름이 약 20m되는 크립토돔이 있다. 높이는 약 7m의 반구형이다. 둥그런 공이 땅에 반쯤 박혀 있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질학상으로 크립토돔이라고 하는데 고유의 이름은 아직까지 붙여지지 않았다. 그저 화산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돌덩이로 치부되어 왔던 탓일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화산섬 제주의 지질분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에 머지않아 이색적인 지질자원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질 산교육장으로 활용함에 있어서도 돔체 형상이 뚜렷한데다 도로변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양호한 것도 장점이다. 정상부분과 서쪽면 일부 침식된 면에 자라고 있는 보리수 동백나무 조록나무 사스레피나무 등의 식생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를 일으킨다. 지질학상 크립토돔은 용암이 분출하여 지하에서 형성되는 돔을 지칭한다. 이와는 달리 지상에 높은 산체를 이루는 돔을 용암돔(라바 돔 lava dome)이라고 한다. 크립토돔이 형성되면 주변에 있는 암석이나 퇴적층이 부풀어져 돔 형상의 지형을 이루게 되는데 이들 암석과 퇴적층이 침식에 의해 깍여 나가게 되면 하부에 있던 크립토돔이 노출되는 것이다. 가시리 크립토돔 역시 지하에 돔을 형성됐던 것이 주변에 있는 암석이나 퇴적층이 침식에 의해 깍여 나가 지상에 노출된 것이라고 한다. 지질 전문가 중 일부는 이 곳 크립토돔 암석 내에 다량의 휘석 반정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에 있는 소록산 분석구 분출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만년전의 지질사건을 과학적인 지식을 통해 해석하는 것이 지질학자의 몫일지언정 화산섬 형성에 관심있는 비전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제주도는 제3기 플라이오세말에서 제4기 플라이스토세말에 걸친 화산활동과 그에 수반한 함몰과 융기의 지질사건이 일어난 지대라고 한다. 도내 어딜 가도 화산지형의 원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화산이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화산박물관 화산전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산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표현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제주섬은 5기에 걸친 화산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하나의 큰 화산도로서 방패모양의 순상화산(씰드 볼카노)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360여개의 오름들이 각기 나름의 화산활동 지질 사건을 겪으면서 형성되어 오름의 섬으로서의 특색있는 경관을 이루고 있다. 화산을 만나 숨어있는 비밀들을 이해하려 하는 마음만 갖는다면 누구든지 제주섬 화산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 지질관련 책들을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4월쯤이면 대천동∼가시리 군도변에 노란 유채꽃이 만발할 것이다. 특히 주변 산야의 경계가 막히지 않아 탁트인 감이 뛰어나 길 양편으로 소록산과 대록산 따라비오름 벵곳오름 번널오름을 바라보는데도 적지이다. 가족끼리 인근에 있는 우주항공관을 체험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런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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