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2005년 11월 등록신청서를 제출하고 2006년 현지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을 대상으로 삼아, 자연 경관의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열심히 준비 중이다. 제주도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이 있어 지구의 화산생성과정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만장굴이나 최근 발굴된 동굴은 뛰어난 경관을 보여주고 있고, 용천동굴 속의 호수는 태고적 신비를 담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이 사업을 위해 제주도는 2002년부터 준비해 오고 있고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학술조사를, ‘경기대학 관광종합연구소’가 관리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연구용역을 맡은 연구진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자연유산 등록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번에 수정된 등록대상에는 ‘한라산’이 추가되었는데도 연구조사서에는 화산과 용암동굴에 관련된 자료만이 정리되어 있고, 한라산에 대한 자료들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은 무지에 가깝다. 화산과 용암동굴에 관한 연구도 세계자연유산 평가단을 감동시킬 만큼 준비되지 않은 듯하다. 관리계획은 우려의 수준이다. 경기대학 관광종합연구소가 지역주민 의견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표본의 크기는 차치하고서도 조사방법이 영 글렀다. 표본조사에 초등학교 네 곳이 동원되어, 의견조사서가 배포되고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숙제를 하듯이 작성하였다는 후문이 들리니 문제다. 그 분석결과도 매우 상식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보완이 절실하다. 제주가 거액의 용역비를 들여 준비하고 있는 점에 비춘다면 학술조사나 관리계획이 수준 이하라 판단된다. 1차 용역도 부실판정을 받아 2억여 원의 혈세를 낭비하였는데, 이번의 용역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연구용역단은 향후 제주도가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제안해 주는 친절도 베풀었는데, 그 골자는 제주도민이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록을 강력히 원한다고 하는 점을 많이 부각시키라는 주문이었고 평가단을 열렬히 환영하여 그들을 감동시키라는 제안이었다. 자연유산에 등록되고 안 되고의 나머지는 제주도민 너희들의 몫이지 이제 우리 용역단의 책임이 아니라는 발뺌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 세상에 지금이 어느 세월인데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혹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을 법한 환영행사를 하란 말인가. 유네스코 평가단이 오는 공항과 연도에 태극기와 만국기를 들고 북한 주민들처럼 울면서 환호하란 말인가? 그렇게 감성에 호소한다고 자연유산에 등재될 일인가. 연구용역단의 생각이 합리적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연구용역단은 얼마 남지 않은 등록일에 맞추어, 등록에 합당한 학문적 연구결과를 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 용역의 발주기관인 제주도도 관리·감독을 충실히 수행해야 도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제주가 자연유산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자연 환경보존에 대한 언급이 필요할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은가라고 이번 연구용역단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들은 제주도의 ‘지질과 경관’을 자연유산으로 등록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 환경을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환경이 마구 파헤쳐지고, 골프장이 수도 없이 들어서고, 정도 이상의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유네스코가 어떻게 ‘지질과 경관’이 빼어나다고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줄 것인가. 이런 이율배반을 벗어나 제주가 나갈 길을 곰곰이 따져봐야 옳을 일이다. 지금 ‘진도 바닷길’과 ‘DMZ’도 자연유산 등록을 신청하려 하는데, 이것들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제주도 당국은 우선 자연환경 보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하리라. <허남춘/제주대 교수·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