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추진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나 언론보도에서 가끔씩 핵심사업의 하나로서 금융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무슨 허황된 소리를 하느냐는 반론이 드세기도 하지만 금융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얘기가 구체적 실천방안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발성 구호 내지는 장기 검토과제로 물러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래전부터 제주가 청정환경을 지키면서 잘사는 섬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센터를 도내에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필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특별자치도법안의 도민공청회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렇다. 현재의 특별자치도 파행은 기본전략면에서 재정취약과 투자유치 부진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제주도는 투자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영리병원과 외국인학교를 허용하는 방안을 특별자치도법안에 포함한 것인데 이것은 비록 제주경제의 장기적 성장능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기는 하나 기존 제주의 병의원과 학교의 경쟁력 유지대책이 결여된 채로 추진되다 보니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보완대책을 세우자니 제주의 재정형편상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수가 없어서 우선 밀어부치고 보완대책은 차차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당연히 행정불신이 초래되고 특별자치도가 과연 제주도민을 위한 것이냐는 항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반해서 금융센터는 최소한 도민의 마찰을 부를 요인은 없다. 중앙의 금융감독당국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나 이것은 제주도에 별도의 금융감독청을 설립해서 돈세탁이나 탈세자금유입을 엄격하게 감시하면 된다. 반면에 제주에 떨어지는 소득은 다양하다. 제주금융센터에 들어오는 금융기관들은 각종 투자펀드의 모체가 되는 서류상의 회사로서 직접 제주에 고용창출효과는 크지 않지만 주주총회나 이사회, 기타 각종 회의를 제주에서 개최하므로 관광수입이 증대될 것이다. 전세계 주요 관광지마다 회의를 가장 많이 하는 업종이 금융업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다가 제주은행을 동북아지역의 투자펀드 개발 판매 및 서비스기관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 국제금융 전문인력을 키우면 도내에 고소득 전문직 취업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사실 그동안 제주은행은 도내 최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제주경제의 국제화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여 왔는데 금융센터 같은 핵심 프로젝트에서 제주도와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금융센터로서 실제 비즈니스가 충분한가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국내은행, 증권사, 보험사들이 각종 펀드를 설립하거나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펀드들을 1차적으로 제주에 유치하고 향후 동북아지역에서 설립되는 해외펀드들로 확대하면 충분하다. 아직도 꿈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가 선박등록센터를 제일 먼저 유치해 놓고서 이것에서 비롯되는 금융업무인 선박펀드 설립업무는 죄다 부산에 넘겨주고 있는 것을 보면 꿈같은 소리가 아니라 바로 목전에 다가온 밥그릇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선박펀드가 국내에서만 20여개가 설립되었다. 아마 제주도민중에서 증권회사를 통해서 이미 선박펀드에 투자를 하신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선박등록센터가 금융센터로서 초기 단계 비즈니스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우리가 우매한 것이다. <강철준/한국금융연수원 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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