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古來)로 먹을거리는 본래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절대적 영양섭취의 근본이자 동시대의 문화적 가치의 평가척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게다가 먹을거리는 그 소유의 유한성으로 말미암아 경제적인 거래의 대상으로서 부의 원천이 되어 왔다. 이런 점에서 근래에 선진국에서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자국민의 건강과 먹을거리 문화의 온전한 보존을 위하여 주어진 여건에 맞게 먹을거리의 생산·판매에 관한 한, 관련제도를 완벽하게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게다가 그런 제도 하에서 생산·판매되는 먹을거리가 국민의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혹은 그 거래상 불이익이나 거래상 장애가 발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당국의 의지가 담긴 정책으로 그 품질개선이나 다른 나라와의 거래관계 개선에 국민 위함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생산·판매상 우려되는 먹을거리의 위해성문제를 사전에 차단함은 물론 여행가나 식도락가들을 위한 질적 품질개량이나 맛내기도 관계당국의 최우선 현안이 되고 있다. 더욱이 국민보호의 차원에서 유익하거나 필요한 먹을거리정보를 수집하여 적기에 제공하는 일도 전혀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현행 식품위생관계법상 먹을거리 등 영업에 관한 제도는 그럴 듯하게 구색을 갖추고 있으나 먹을거리에 대한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고수하면서 관련제도의 도입·개선에 최선을 다하는 나라들의 그것에 비추어 보완 또는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아 보인다. 게다가 이런 미흡한 제도의 틀 안에서의 당국의 먹을거리행정은 별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발생한 불량만두파동, 불량도시락, 함량미달 넙치, 중국산물의 부실수입통관 등에서 이를 여실히 입증시켜주고 있어 할 말이 없어 보인다. 그저 사후약방문 격으로 불량먹을거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것저것 늘어놓기 급급하고 임시방편이 재탕 혹은 삼탕되는 대안으로 대서특필시켜 놓고 덩달아 호들갑 떨다가 언제 그랬었는지 슬며시 발을 빼는 것이 오늘의 우리의 먹을거리행정의 전형이다. 이런 전형이 아니길 오해하고 싶다. 이런 얄팍한 행정관행은 최근의 김치파동 시에 수입김치 좋아할 것 같은 일본당국이 자국에서의 먹을거리 판매망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공언을 왜 했는지를 알면 그것이 답이다. 이점에서 제주의 먹을거리행정도 마찬가지다. 이번 김치파동에서도 제주청정을 무색케 했으니 그렇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김치와 불고기이다. 그렇다면 제주를 연상시키고 청정제주를 세계에 알릴 것으로 거명할 수 있는 대표 먹을거리는 무엇일까? 서울인데도 그 브랜드(brand)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귤, 흑돼지고기, 해산물, 마늘, 당근 등 떠올려보지만 진부함만이 답답케 한다. 세계에 내놓을 청정자연산 제주 먹을거리의 부재와 다름 아니다. 이는 가장 고귀한 제주자산이 빈약함과 같고, 세계인의 기억을 자극할 미각문화의 부재함과 같다. 언젠가 이런 상황은 아마도 제주를 찾는 여행객에게 고작 흔한 골프장이나 진부한 천연관광코스 뿐이냐는 실망감만을 안겨주는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없는 것인가? 굳이 찾는다면 당국의 정책적인 우선순위와 의지가 반영된 먹을거리에 대한 장려책과 관련제도의 확충 및 생산과 판매에 세계화·체계화·전문화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한,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금 제주는 관광산업의 활로를 개척하려하나, 콘크리트 문화가 자연유산의 조화미를 압도하는 정책만이 난무한다. 그렇지만 자연미를 어떻게 유지하고 살릴 수 있느냐는 미래의 제주관광의 관건이다. 그 하나로 제주 먹을거리문화의 중흥을 기대한다. 이제는 오감을 자극하는 제주문화의 개발도 제주발전의 큰 대안이어야 한다. 지금 제주엔 때 아닌 중앙정부의 실험적 정치광풍만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래서 민생현안이 내동댕이쳐진 올 제주의 겨울은 더욱 을씨년스럽다. <백승주/고려대 법학과 교수>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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