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M주스 가공공장은 감귤주스 가공은 물론 농가지원에 따른 경영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수익사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감귤공장이 4계절 내내 운영될 수 없다는 점을 착안, OEM방식으로 녹차나 맥주보리 등의 원료를 가공처리해 주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도 감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근본적으로 감귤농사를 짓기에는 조건이 매우 열악한 데다 힘을 들이면서까지 대를 이어 농업을 잇겠다는 2세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사지를 평탄화하는 등의 구조개선사업으로 감귤농업 기반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고 지주산업인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방침 아래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들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 POM주스 브랜드 명성 대단 시코쿠(四國) 섬의 에히메(愛媛)현 마츠야마(松山) POM주스 가공공장 역시 어려움을 타개할 묘책 중의 하나로 지역 농협이 출자해 1963년에 설립됐다. 현재는 ‘주식회사 에히메음료’로 2003년 4월에 분리되어 독립운영되고 있는데, 에히메음료의 본사 및 마츠야마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 에히메현 마츠야마에서 생산되는 감귤량은 연 17만톤. POM쥬스 가공공장은 이 지역 한해 감귤생산량의 약 20%인 3만톤을 가공처리하고 있다. 야마우치(山內 良夫)공장장은 “일본도 제주와 마찬가지로 수입개방이 이뤄지고 다양한 과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감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 지역 생산량의 일정량을 가공처리로 소화시키면서 가공품은 가공품대로, 감귤은 감귤대로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POM브랜드의 명성은 시내 곳곳 상점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POM은 ‘일본이 1등이다’라는 뜻으로 그 의미만큼이나 인지도가 대단했고 이 지역 곳곳의 식료품점 진열대에는 POM가공공장에서 만든 주스가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또 가공된 감귤원료는 도쿄(東京) 등으로 직송된 뒤 그 곳에서 캔이나 페트병에 담아지는 제조과정을 거쳐 유통되고 있다고 야마우치 공장장은 말했다. ▲일본 감귤주스 시장을 석권한 POM사의 제품들. 에히메음료 조직을 보면 품질보증실외에 영업본부장과 제조본부장으로 나눠지는데 후쿠오카(福岡),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영업소가 개설되어 있는가하면 도쿄사무소내 센다이(仙台)영업소를 두고 있다. 게다가 제조본부장 밑에 마츠야마공장을 비롯해 도쿄공장, 이바라키(茨城)공장을 두어 그 생산라인을 든든하게 하고 있어 에히메 감귤이 일본 전역에 그 명성을 날릴 수 있는 토대가 부럽기까지 했다. 중요한 것은 가공공장에 납품되는 감귤이 모두 최고급의 상품이라는 데 있다. 고가와(小川 浩史)제조본부장은 “처음에 가공공장을 운영할 때만 해도 상품을 제외한 감귤을 원료로 사용했다”며 “하지만 원료의 고품질을 꾀할 필요가 있었고 농가들의 의식전환으로 비상품 감귤이 크게 줄어들면서 상품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외국업체로부터 원료수입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결국 이같은 상품의 차별화는 동종상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시코쿠(四國) 섬의 에히메(愛媛)현 마츠야마(松山) POM감귤주스 가공공장의 직원들이 회의를 통해 공장운영,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다. POM주스 가공공장은 농협출자기관인 만큼 농민들의 소득보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가공품으로 납품되는 감귤의 경우 국고로 kg당 2엔을 보전해주고 있는데 이곳은 10엔까지 단가를 맞춰주고 있다. 야마우치 공장장은 “사실 경영측면에서 kg당 10엔을 지원해주기에는 벅찬 감도 없지 않다”며 “하지만 농협출자기관으로서 농민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POM주스 가공공장은 농가지원에 따른 경영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수익사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감귤공장이 4계절 내내 운영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OEM방식으로 녹차나 맥주보리 등의 원료를 가공처리해 주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농업을 살리는 일이 농협의 존재 이유’라는 야마우치 공장장의 말에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제주감귤 가공 실태 제주감귤은 30∼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충분히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감귤가공산업은 걸음마 단계이다. 한남리 감귤복합가공공장이 경우 1년에 2만∼3만톤의 비상품 감귤을 처리하고 해태음료 등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지만 설립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01년이다. 현재 제주감귤 가공은 제주도개발공사, 제주대학교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지만 일본의 POM브랜드와 같은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제주감귤농축액을 이용해 다른 지역의 농협 또는 영농회에서 감귤주스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감귤가공산업을 통한 고부가가치를 제주도가 포기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는 제주감귤 가공산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의 부재와 제주도나 농협 등의 관심부족에 기인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POM주스 가공공장이 일본 곳곳에 생산라인을 설치하고 에히메감귤을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명품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제주감귤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한승철·부정호·김명선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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