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여민회가 주최한 주민자치토론회 모습. 여민회는 지난 87년 발족, 소외받는 여성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각종 활동을 펼치며 제주지역여성을 위한 단체로 변화·성장해왔다. /사진=한라일보 DB ‘한사람의 여성이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없다’ 세상을 향한 그녀들의 외침은 다분히 전투적이라고도 표현할 만 하다. 사실 이들은 ‘성평등의 그날’을 위해 싸워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히 얘기한다. 다수의 소외된 여성들을 대신해 세상과 부딪치며 불평등의 요소들을 조금씩 깨나가는 것을 자신들의 몫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외침은 지난 19년간 외롭고도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제주여민회(대표 김영란)를 도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2002년 우지사 성추행사건도 외로운 싸움이었다. 녹음공개 기자회견을 감행하는 등 이슈를 만들며 결국 여성부의 성희롱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당시 누구도 여민회의 편이 돼주지 않았다. 그러나 외로운 싸움은 이들의 역동적인 활동을 알리고 소외된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얻게 되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 여민회가 드러내는 이미지는 소위 ‘페미니스트’적인 강인함이다. 하지만 그들이 꾸려가고 있는 15평 남짓한 사무실은 따뜻하고 포근함이 묻어나오는 소박한 일터다. 1987년 창립 당시 전화한통과 책상 하나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상근자 16명과 3개의 부설상담소를 일궈내는 저력이 생산된 곳이다. 여성학 전공자를 비롯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여성의 삶에 대한 각성으로 뛰어든 이, 주부이면서도 활발한 운동가로 매일 현실적인 여성문제와 부딪히는 이들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여민회의 출발점은 80년대 여성운동이 단순히 여성지위개선이나 소비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 머물러 대다수 여성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데서 비롯됐다. 이후 제주여성상담소, 성매매피해상담소, 성매매피해여성지원 쉼터를 통해 여민회는 ‘저 너머에 있는’ 회원들만의 단체가 아니라 ‘가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주지역여성을 위한 단체로 변화·성장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지방자치, 여성상담, 여성빈곤, 여성 문화 등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자들끼리 떠나는 하루나들이’, ‘우리동네 거저한마당’ ‘여성문화발굴단’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대한 토론회’ 등 자체 사업과 함께 차별없는 제주만들기 공동행동 등 다양한 연대사업에 참여했다. 또한 지난 88년부터 제주지역의 소위 ‘기생관광’ 관련 세미나를 통해 제주지역 성매매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고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이후의 반발 외풍에도 맞서고 있다. 이렇듯 자기입지를 분명히 하며 단단한 몸집을 키워온 여민회는 내년 성인식을 앞두고 다시금 작아지려 하고 있다. 여성운동의 지평확산을 위해 상담사업을 분화시킴으로서 다양한 진보적 여성운동단체를 조직하기 위해서다. 이는 결국 지역여성단체연합을 이뤄내 여성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 목표인 여성을 비롯한 모든 약자에 대한 불평등 구조가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부미현기자 mhbu@hallailbo.co.kr [미니 인터뷰]제주여민회 김영란 대표 “남녀 초월 모든 이들에 문호개방” 제주여성은 강하고 주체적이라고 평가받지만 사실상 공고한 가부장적인 관습속에 살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사적 생활에서부터 사회의 구조적 관습 전반에 내재된 이중성을 타파하고 성평등을 이뤄내야 한다.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법 집행기관이 중심을 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성매매방지법은 사회전반을 흔드는, 일상을 바꾸는 법이었다.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집행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민회의 활동에 일반여성들이 함께 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계급·계층·성별을 초월해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여협을 건설하는 것이 소망이다. 여민회는 특별한 여성들만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차별이 아닌 차이임을 인식하고 모든 불평등한 것에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항상 문은 열려있다. (전화 756-2199)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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