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제주도연맹(의장 양동철·이하 농민회 제주도연맹) 회원들의 명함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명함 주소란에 농민회 사무실 주소대신 자신들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주소지를 기재해놓은 것이다. 생존을 위해 호미질을 하는 그곳이 투쟁의 현장이라는 의미로 비춰진다. 때문에 지난 14일 새로 입주한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어업인 회관에서 회원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오늘도 각자의 터전에서 땅을 일궈야만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민생존권 문제를 비롯해 제주의 현안에 힘을 모아야 할 때는 검게 그을린 얼굴로 과감히 농사일을 멈추고 하나가 된다. 지난 91년 창립한 농민회 제주도연맹은 당시 4·3민주항쟁 이후 기층 농민대중의 자주적 조직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대정읍농민회를 비롯해 안덕면, 성산읍, 한경면, 조천읍, 구좌읍, 표선면, 서귀포시, 제주시농민회와 함께 농민생존권 수호뿐만 아니라 4·3특별법제정 등 제주지역의 현안문제와 통일을 위한 사업에도 함께 했다. 그렇게 이 땅의 주인으로 떳떳하게 서기 위한 투쟁의 역사를 쓴지도 어언 15년. 강산도 변할 십여년이 흘렀건만 농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한때 대학나무라고 불리던 감귤농업의 호황의 시기도 있었지만 어느때고 시장개방과 가격하락에 긴장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정권이 바뀌고 강산이 변해도 생존권을 외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투쟁의 현장에서 큰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창립당시 조천읍농민회 교육부장 전우홍씨가 시위도중 뇌에 충격을 입는 큰 부상을 당하는 등 집회현장에서마다 목숨을 건 투쟁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홍콩에서 WTO 반대 시위를 벌이던 제주농민회 김창준씨가 홍콩 경찰에 의해 구속됐다 가까스로 석방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부채와 신병을 비관한 농민들의 죽음도 아픈 생채기를 남겼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로부터 격렬한 시위단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회원들은 “트랙터를 끌고 집회에 나설 때 농로를 지나던 촌로가 흔들어 주는 손길을 바라보면 투쟁의 이유를 되새겨보게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농민회는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WTO 등 시장개방이라는 고난에 맞서왔고 가뭄과 홍수를 비롯한 모든 자연재해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올해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이상 대답없는 메아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목소리를 내어보자는 것이다. 이미 농민회는 2004년 여성농민회 출신인 현애자 의원을 국회로 보낸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제 새로운 선출된 신임 의장과 함께 다시 한번 농민회는 투쟁의 깃발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부미현기자 mhbu@hallailbo.co.kr [미니 인터뷰]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양동철 의장 “농민의 정치세력화에 최선” 앞으로 2년간 제주도연맹을 이끌어갈 양의장은 “새해벽두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저지투쟁 등 책임감이 무겁다”며 “농민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지지활동을 펼치고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의장은 또 “한미 FTA 등 농업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생존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민단체 등과 연대, 도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쟁의 과정에 있어서는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생기지 않도록 국회·정부·농민이 대화로써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양 의장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에게 주어진 또다른 숙제는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 양의장은 “사실 그동안 상경투쟁과 해외원정 투쟁 등 강도 높은 활동과 농가들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농민회를 이탈하는 회원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읍면농민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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