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평화를 위한 엽기 살인극 영국의 한적한 마을. 옆집에서 떨어지는 숟가락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작은 곳이다. 이곳의 목사 월터(로완 앳킨슨)는 매사에 진지하다 못해 답답하고 마을사람들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느라 가정을 돌볼 시간이 없다. 그의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자신에게 무심한 남편 덕분에 매사에 짜증이 난데다 밤낮으로 짖어대는 옆집 개의 소음으로 불면증까지 얻어 돌아버리기 직전이다. 딸 홀리(탬신 이거튼)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남자친구가 바뀌고, 아들 피티(토비 파크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런데 안팎으로 난감한 이 집안에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들어오면서 문제가 차근차근 해결되기 시작한다. 친절하고 상냥한 노령의 가정부 그레이스는 매번 현명하고 뼈있는 말로 가족들을 다독거리는데, 그녀의 무기가 미소와 언변만은 아니다. 속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의 이 여자가 월터가족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풍자와 엽기적인 상황이 가득한 블랙코미디다. 마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관여하는 월터는 매번 자기주장만 늘어놓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우왕좌왕 끌려다니기 일쑤다. 글로리아나 홀리, 피티도 가족관계를 개선하려고 하기보다 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한다. 손써볼 생각도 않고 점점 멀어지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대화가 아니라 살인이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럼없이 살인을 하는데도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보다 더 무기력하고 허탈할 수 있을까? 키핑멈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이기적인 상황을 잔잔하지만 코믹하게 잘 풀어낸다. 아마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싶다. 잘 짜인 시나리오와 더불어 배우들의 능수능란한 연기도 영화의 질을 높였다. 월터역의 로완 앳킨슨은 '미스터 빈'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배우다. 키핑멈에서 빈과 같은 코미디를 보여주진 않지만, 내재된 그만의 유머감각을 잘 우려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유명한 그레이스 역의 매기 스미스는 이미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다. 삽, 다리미, 프라이팬을 살인무기로 휘두르며 황당하다 못해 천진하게 보여 더 엽기적인 연쇄살인마 역을 이보다 더 훌륭하게 해내긴 어려울 듯하다. 불감증에 빠진 현대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월터네의 얘기는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과감한(?) 문제해결방식은 뉴스를 통해 거의 매일 간접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니올 존슨 감독, 로완 앳킨슨,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매기 스미스 주연, 102분, 2005) <비디오칼럼리스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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