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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100년
[감귤100년 위기를 기회로]3부:유럽시장을 가다 (2)이탈리아 도매시장
물량조절 등 원스톱 유통망 구축
입력 : 2007. 01.09. 00:00:00

▲폰디 모프를 방문한 농협조합장들이 가지와 잎이 달린채 출하된 만다린 계통의 감귤을 보면서 신선도를 점검하고 있다.

시·주정부, 민간 합작 공기업 형태 운영

생산자 소비자 직접 연결 가격결정 주도

첨단 저온시설 갖춰 출하 조절기능 확보


 유럽의 오렌지 주생산국인 이탈리아 도매시장은 생산량과 가격을 조절하고 영농컨설팅까지 하는 원스톱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제주감귤의 유통시스템에 비해 유통단계가 짧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선별과 저온시설로 신선도를 유지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중부도시 폰디에는 이탈리아 최대의 대형 도매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는 남부와 중부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산물이 집결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산지 대형 도매시장 '모프'가 있다. 생산과 저장,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프는 10년전 이탈리아 주정부와 시정부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소규모 도매시장을 통합해 새롭게 출범시켰다. 주정부 및 시정부와 민간자본이 투자된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장은 주정부가, 부사장은 시정부에서 선임권을 가지고 있다. 도매시장 면적만 1백80㏊에 이를 정도로 한국에서는 엄두를 못낼 대형 시장이다.

 이탈리아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모프는 연간 1백20만톤의 농산물을 취급하고 있다. 모프엔 2백여개의 개별 도매상인이 입주해 오렌지를 비롯한 만다린, 레몬, 토마토, 사과, 마늘 등 과일류 및 채소류 등 다양한 농산물을 취급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모프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는 도매상가를 돌아다니면서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생산자는 가장 높은 값을 쳐주는 도매상에게 농산물을 넘기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경매에 의해 농산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도매상, 소비자간의 거래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또 농산물 선과에서부터 저장, 출하까지 연결되는 종합적인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상품의 규격화가 잘돼 있다.

 모프의 역할과 기능이 다양해져 도매상인을 비롯한 생산자, 소비자가 몰려들면서 모프는 유명해졌다. 도매상인들은 기존에는 임대료를 내지 않았으나 모프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면서 연간 일정액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 농산물 가격도 종전보다 오르게 됐다.

▲생산농가에서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모프의 대형 저온시설에 저장되기 앞서 쌓여 있는 감귤상자들,

 모프 주임 바르셀라 빅토리오씨(43)는 "분산돼 있던 상인들이 한 곳에 모여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유통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면서 "항상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대규모 냉장창고를 10여개 갖추고 있어 농산물 수급조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격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즐비하게 늘어선 매장 진열대에는 갓 출하된 신선과일들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감귤 형태와는 달리 감귤꼭지에 잎이 달린채 진열돼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감귤의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도록 농가에서 감귤을 수확할 때부터 잎이 달린채 따고 있는 것이다. 제주산과 비슷한 만다린 계통의 감귤을 직접 먹어보니 당도가 매우 높았다. 색도 붉은색을 띠면서 광택이 났다. 가격은 10㎏ 상자당 9천원대로 제주산에 비해 저렴했다. 또 미국산 오렌지와는 달리 까먹기 쉬워 제주산과 나란히 진열할 경우 소비자 선호도에서 앞설 것으로 여겨졌다.

 모프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첨단 저장시설이다. 저온저장고에는 과일 및 채소류 등 농산물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예냉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생산자나 도매상인들은 저온저장고를 임대해 농산물을 저장했다가 출하하고 있다. 저온저장고가 충분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출하물량 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을 꾀하고 있다. 농산물 운반차량에도 냉동시설을 갖춰 신선도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모프 도트 쎄베 박사(34)는 "모프가 직접 관리하는 중앙 냉장창고는 일종의 출하조절 기능까지 한다"면서 "물량이 많을 때는 일정기간 창고에 저장했다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쎄베 박사는 또 "모프는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영농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영농컨설팅을 통해 농가의 과잉생산을 막고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도매상인들의 독점도 차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도매시장이 산지가 아닌 전국에 흩어져 있어 유통비용 부담이 많고 수급조절 기능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때 이탈리아 폰디 산지 도매시장이 제주감귤산업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

/고대용기자 dyko@hallailbo.co.kr

[김성언 효돈농협조합장 견학기]소비자 취향 맞춘 다양한 포장 눈길

감귤 선진지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시찰에서 보고 느낀 점들은 다른 조합장들이 기고한 내용들과 유사하다. 그래서 중복된 내용은 탈피하려고 한다.

 긴 여로 끝에 도착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우리는 대형유통업체와 농가, 선과장을 방문했다. 대형유통업체는 자치시에서 건물을 신축하여 도매인들에게 임대를 줘 운영하고 있었으며, 감귤가격 결정은 생산농가와 도매인간에 적정가격이 결정되면 출하하는 형태로 수요와 공급을 예측한 가격으로 품질에 따라 가격이 차별화 되고 있었다.

 우리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렌지, 레몬 등은 과수 크기별로 포장하고 만다린 종류는 가공용을 제외하고는 과수 크기에 관계없이 포장하여 주문판매 또는 인터넷을 통해 전량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골판지상자 및 나무상자, 왁스코팅과 코팅하지 않는 것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장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감귤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차(탑차)를 통해 운송하고 있었다.

 감귤 재배방법은 친환경적인 초생재배와 저농약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모든 농가는 생산이력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간 신뢰속에 비파괴광센서를 이용한 선별기에서 포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농가가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었다.

 제주감귤이 앞으로 다가올 자유무역협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품질관리규정(자체품질 프로젝트)을 철저히 지키고 친환경적인 생산방법과 생산이력제를 도입하는 한편 제주특별자치도와 농협은 고품질 감귤생산에 필요한 연구와 기술개발, 인력지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됐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양적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고품질 감귤 생산과 마케팅전략의 변화, 농가의 의식개혁이 병행될 경우 제주감귤산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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