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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100년
[감귤 100년 위기를 기회로]3부:유럽시장을 가다 (3)선과장
선별기능외 유통 판매까지 수행
입력 : 2007. 01.16. 00:00:00

▲종업원들이 자동선과라인으로 들어가기전에 감귤의 상태를 점검, 불량과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산이력제 공동출하·정산 시스템 갖춰

품종개량해 보급…농가 지출비용 절약

농가 고품질 감귤생산에 전념 수익 창출


 유럽의 감귤 주산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철저한 선별시스템을 구축하여 고품질의 감귤을 유럽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선과장은 단지 선별기능 뿐만 아니라 유통, 판매기능까지 수행함으로써 농가는 고품질의 감귤생산에만 전념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포장상자를 개발함으로써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선과장 난립에다 기능의 한계, 선별시스템의 문제, 한정된 포장상자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제주감귤산업이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많다.

 ▷이탈리아=이탈리아 최대 감귤 생산지인 시칠리아섬은 화산섬으로 연간 2백80만톤의 오렌지와 감귤류를 생산한다. 드넓은 감귤밭에 자리잡은 선과장 오랑프리저는 1백30 농가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참여해 만든 대형선과장이면서 감귤 가공공장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랑프리저는 감귤농가와 사전계약을 통해 생산단계에서부터 가격을 결정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계약재배 후 농가가 손실을 볼 경우 일정액을 보전해 주고 있다. 특히 선과장에서는 유통 뿐만 아니라 품종개량까지 하고 있다. 소비자 기호에 맞는 품종을 개량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농가들은 품종개량에 따른 비용지출을 줄임으로써 그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감귤이 포장되기 직전에 종업원들이 생산이력제가 첨부된 바코드를 상자에 부착하고 있다.

 오랑프리저는 감귤선과는 물론 주스와 같은 가공품까지 만드는 등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귤의 유통과 판매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 곳에서는 지역 최대 생산품목인 '붉은 오렌지'와 감귤류 등 연간 2만5천톤을 처리하고 있다. 6조라인 비파괴선별기 2대와 자동 소포장기 등 팩킹라인, 전자동 포장을 위한 컨베이어, 수작업 선별라인, 부드러운 매출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유통센터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위생을 확보하고 있다.

 하루에 5백톤의 감귤을 선별하고 포장할 수 있는 선과시설이 오랑프리저의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다. 최근 제주도 남원읍 신흥리 거점 산지유통센터에 설치된 선과기와 똑같은 기종이 이 곳에도 설치됐다. 주변 농가에서 공동으로 출하한 감귤을 이곳에서 선과하고 상품으로 출하한 후에도 생산이력을 완벽하게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타로코'감귤의 경우 부착된 바코드만 읽으면 생산농가, 생산시기, 선별자, 포장자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이같은 생산이력제 시스템에 의해 공동출하와 공동정산이 가능하다. 오랑프리저가 감귤의 유통과 판매까지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감귤재배농가들은 고품질의 감귤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오랑프리저 마케팅 및 소비자관리 담당인 살라 그라소씨(여)는 "농가들이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하면 오랑프리저에서 선과, 포장하고 가공품까지 만들어 유통과 판매까지 책임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독특한 출하시스템으로 연간 2천6백만유로(한화 3백2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감귤농가의 공동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랑프리저는 주스와 감귤, 오렌지 등을 영국·프랑스·캐나다 등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붉은색오렌지인 따루코를 일본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감귤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주에서처럼 90% 왁스처리를 하고 있다.

 ▷스페인=세계 최대 감귤수출국인 스페인의 경우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포장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포장을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으로써 포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감귤의 20%를 생산하는 스페인 발렌시아는 감귤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포장기술을 갖추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한 선과장을 방문했을 때 선과장 한편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포장박스가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북유럽 국가 소비자들이 친환경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에 맞추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나무상자 제작비는 개당 8백원 정도. 10㎏들이 상자당 감귤판매가격이 7천5백원임을 감안할 때 상자 제작비용은 판매가의 10%를 넘는다. 그렇지만 소비자 기호에 맞추기 위해 나무상자를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이 선과장을 운영하고 있는 바코라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포장을 위해 나무상자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나무상자로 포장할 경우 가볍고 단단해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이 곳에서 제작하는 감귤종이상자 강도는 제주상자와 비교할 때 2배나 높았다. 감귤생산량의 65%가 유럽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운송과정에서 감귤이 상하는 일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고권만 남원농협조합장은 "제주에서 사용되는 감귤박스보다 강도가 높아 부패과 발생이 확실히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주지역에서도 최근에는 포장단위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대용기자 dyko@hallailbo.co.kr

강희철 제주감귤협의회장 "다양한 포장 인건비 절감 눈길"

선진시스템 신속한 도입 절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감귤 주산지는 비바람이 없는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의 1개 읍·면지역에 해당하는 면적에 한 개인이 감귤을 재배하는 등 고품질의 감귤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두루 갖췄다.

 이탈리아 감귤 주산지 시칠리아 오랑프리저 선과장을 방문하고 보니 감귤류를 무려 2만5천톤이나 처리하고 있었다. 6조라인 비파괴 선과기 시설은 제주에 설치된 것과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출하방법을 비롯한 작업방식, 선과장내 환경 등은 본받아야 할 점이 많았다.

 우선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2.5㎏, 3㎏, 5㎏, 10㎏ 상자 등 포장단위를 다양화했고, 컨테이너를 이용하여 출하한 후 회수하는 방법으로 포장비를 절약하고 있다.

 특히 소포장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무상자를 이용하여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있다.

 또 감귤나무마다 품질 및 생산자 표시 등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철저한 생산이력제 시스템 정착은 제주 감귤농가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선과장 작업환경도 눈길을 끌었다. 고급스런 대리석으로 깔끔하게 단장된 사무실 등 작업장은 선과장이라기보다 식품제조회사와 다름없이 정리정돈이 잘돼 있었고 청결했다.

 농산물을 하차할 때나 선별된 상품을 상차할 때 전동차가 탑차내에 들어가서 자유자재로 움직여 인건비를 최대한 절감하는 시스템은 우리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것으로 사료됐다.

 선과장 감귤출하 1백30농가는 하루 아침에 결성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생산자는 유통회사를 믿고, 유통회사는 생산농가의 영농의식과 고품질의 감귤생산에 대한 믿음을 갖고 유통망을 넓혀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제주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거점산지유통센터 운영 방향설정에도 반드시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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