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밥통을 허리띠로 둘둘 말아 밥을 짓는 억척스런 엄마(문희경), 집과 직장에서 구박만 당하며 고개숙인 무뚝뚝한 아빠(천호진)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전생에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용태(유아인)와 세상 모든 것이 궁금증 투성이인 딸 용선(황보라), 그런 심씨네 가족에게 은근슬쩍 얹혀사는 백수 이모(김혜수)까지….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이렇게 별스런 구성원들로 이뤄진 가족을 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통분모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살지만 왜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한 집에 모여살아야 하는지가 늘 의문이고, 지독하게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아침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저녁에 한 집으로 귀가할 뿐 각자 자신들만의 세계에 파묻혀 산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 가족에게 일생 최대의 위기가 닥친다. 엄마는 노래방 총각(이기우)에게 반하고, 용선은 자신보다 더 미스터리한 선생(박해일)을 만나고, 용태는 우주에서 가장 나쁜 X(정유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소심하고 융통성 없기로 소문난 아빠는 길에 쓰러진 여고생을 구해주다 원조교제 소문에 휘말리면서 심씨네 가족은 공동으로 위기에 처한다. 공통분모 제로이던 심씨네 가족은 '문제있는 가족'으로 세상에 낙인찍히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난생 처음 하나로 똘똘 뭉친다. 과연 가족은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는 가족드라마지만 기존의 그것과는 다르고, 웃음을 주지만 익숙한 코미디가 아니다. 다양한 인물에 힘을 실어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 위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별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네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덤덤하게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날마다 얼굴대하고 살아가는 익숙한 존재인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미처 몰랐던 부분이 있으며, 각자 개성을 지닌 개체로 이해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가족영화처럼 화목한 가정으로 이끌지 않고, 여전히 서로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결말을 내놓는다. 튀지 않는 스타들의 생활의 느낌이 묻어나는 생동감있는 연기도 신선하다. 언니집에 대책없이 얹혀사는 무협작가 김혜수와 달과 우주에 관심이 많은 괴짜 미술교사로 출연한 박해일은 망가지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보란듯 소화해냈다. '맘마미아' '밑바닥에서' 등에서 뮤지컬 배우로 잔뼈가 굳은 제주 출신 문희경의 스크린 데뷔작인 점도 제주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15세 관람가.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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