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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천국
[철새들의 천국 '제주'명성되찾기 다시 시작이다](6)
1부 '철새들의 천국' 대만을 가다(5)대만 저어새가족협회 왕정찌 초대회장 을 만나다
"한국은 저어새에 '엄마 품' 같은 곳"
입력 : 2007. 06.14. 00:00:00

▲치쿠습지에서 휴식중인 저어새 무리 위에 붉은부리큰제비갈매기가 날아가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왕정찌 대만저어새가족협회 초대회장

저어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활동한지 15년재

지자체가 성산포 지역 조류보호 마인드 가져야


 "저어새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엄마 품 같은 곳입니다. 번식하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잊으면 절대 안됩니다."

 취재팀은 '철새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대만 저어새가족협회 초대회장을 맡았던 왕정찌 선생을 만났다. 그는 취재팀에게 수차례 '한국으로 가는 철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에서 열린 저어새 보호를 위한 국제워크숍에도 참석할 만큼 저어새를 비롯한 야생조류보호를 위해 수십년을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왕 선생과 저어새와의 인연은 어찌보면 특별하다. 15년전 1992년이었다. 그가 중화일보에 사진객원기자로 근무하던 당시 저어새 2마리가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취재하게 됐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고 저어새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그동안 모아둔 사재를 털어 저어새 보호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돈을 모두 썼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은 번 것이 더 많다고 얘기한다. 전세계적으로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 또 치쿠습지에 3백여마리에 불과했던 저어새가 1천여마리로 늘어난 것이 소중한 성과다. "사람들은 이것이 내 공로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각색만 했을뿐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제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취재팀에게 자신에 대해 어려웠던 시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저어새보호를 위해 활동한 지 2년쯤 지난 1994년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에 저어새 촬영을 위해 갔다가 차가 전복됐고 그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결혼 26년만의 일이었고 저어새 때문에 아내를 떠나보냈다는 생각에 1년 동안은 카메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1년 후 아내의 기일에 맞춰 다시 아프리카를 찾았고 제사를 지낸 후 저어새 사진을 찍었다. 이 때문인지 그는 6종류의 저어새 가운데 '아프리카 저어새'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환생했다는 생각에.

 그 이후에도 몇차례 시련이 있을 때마다 좌절한 순간도 있었지만 저어새보호를 위한 발길을 멈추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대만 여권 뒷면에 나오는 저어새 사진중 절반 이상이 왕선생이 찍은 사진일 정도로 저어새의 모든 것을 사진에 담고 있다.

 그는 "제주는 저어새가 서식하는 북방한계선으로 전세계적으로 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저어새가 한국에서 번식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것을 방치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다"고 쓴소리도 했다.

 왕 선생은 저어새 사진을 찍기위해 세계 여러나라를 방문했지만 제주 성산포에서 찍은 노을속 저어새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제주에 와서 찍은 저어새 사진을 제주철새도래지 보호를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쓰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성산포지역에 수상레저스포츠단지가 개발될지 모른다는 얘기에 제주지역에서 저조한 야생조류 보호를 위한 움직임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3년 11월 저어새 관련 국제세미나가 제주에서 열린지 5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는 그는 "누군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면 지역주민들의 마음은 변화시킬수 없으며 국내환경단체와 국제적 야생조류보호협회와 연계해 철새가 찾아온시기에 보호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밀고 나갔으면 한다. 걷다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걷다보면 꼭 성공한다"며 "그 이유는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호구역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철이 되면 그 새를 기다리게 함으로써 관심을 증폭시킬수 있다고 전했다. 

/이현숙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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