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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세계유산
[제주, 세계유산 도전의 발자취]
입력 : 2007. 06.27. 17:41:06
숱한 난관 극복… '꿈' 같은 쾌거 저력과시

학술조사.관리계획 등 수차례 수정… 신청서 제출도 연기

이수성 전 총리 추진委 출범.전국민 서명캠페인 등 기폭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강시영기자 한국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가 시행하는 세계유산 등재 사업에 뛰어든 이래 총 7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연유산은 단 한 건도 등재시키지 못해 왔다. 1997년 처음으로 설악산을 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등재신청을 포기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자연유산은 우리나라로서는 한 번도 제대로 도전해보지 못한, 또 쉽게 도전할 엄두조차 내보지 못한 '벽' 이었다.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까지의 과정도 참으로 험난하고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시작 당시만 해도 꿈같던 얘기였다. 계획된 기간에 등재 신청서 조차 내지 못하고 학술조사와 관리계획을 수차례 다시 수립하는 일이 반복됐다.

유산 등재 후보지를 놓고도 학계의 의견이 엇갈려 여러차례 축소?조정되기도 했다. 자연유산 등재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다.

2006년 1월 진통끝에 신청서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었다. 이수성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추대한 가운데 등재추진위원회도 면모를 새롭게 갖춰 본격 출범시켰다. 정통 외교관료 출신 인사 등이 등재 추진위원회에 합류, 힘을 보탰다.

지난해 여름에는 국제적으로 전례가 없는 예비실사가 가마솥 더위속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됐다. 이 시기에 제주도민과 내.외국인 1백50여만명이 참가한 등재기원 서명캠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 한명숙 당시 총리, 국회의장, 정부부처 장관, 전국 지자체 단체장까지 서명에 동참하는 등 전국을 달궜다. 이는 제주사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였으며 제주도민과 관계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기폭제가 됐다.

이 뿐이 아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김녕, 월정, 성산 등 세계유산지구 주민들도 등재 대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제주를 찾은 IUCN 실사단은 이같은 서명캠페인은 유례가 없는 일로 평가하면서 시민사회의 지지와 참여에 대한 탁월한 사례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실사단은 제주 후보지를 둘러보고 세계유산적 가치와 보호.관리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유산 등재 가능성이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어 IUCN은 수차례의 심의와 패널회의를 거쳐 지난 4월 제주에 대해 등재권고 결정을 내림으로써 등재 가능성에 대한 청신호를 켰다.

▶잠정목록과 학술용역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잠정목록을 제출하는데 우리나라는 1994년에 1차로 '제주도 자연보존지구' 등 잠정목록 10건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1995년 3건에 이어 1997년에 2건이 세계유산으로 추가 등재됐다. 1998년에 다시 2차 잠정목록에 3건을 더해 8건이 잠정목록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후 2000년에 경주 등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2002년 3차 잠정목록이 추가됐다.

이에앞서 설악산은 제주도와 함께 1994년 1차 잠정목록에 포함된 자연유산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설악산 자연보호구역은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했다가 결정 전에 신청을 철회함으로써 등재에 실패했다.

2001년의 3차 잠정목록에 포함된 '제주도 자연유산지구'는 당초 1994년 1차 잠정목록의 '제주도 자연보존지구'를 명칭만 변경한 것이다. 제주도에서 세계유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 부터다. 문화재청은 2002년 3월에 제주를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대상으로 결정했다.

이를 기폭제로 2003년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주도 자연유산지구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학술용역을 실시하게 됐다.

그러나 이 학술용역은 부실용역이란 비판에 직면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 결과는 예상했던 목적 달성도 이루지 못했다.

2003년도에 용역을 완료해야할 사업은 보고서가 제때 제출되지 못했다. 2004년 6월 등재신청서 초안이 문화재청에 제출됐으나 외국과의 비교자료 및 관리계획 등에 보완작업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 결국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2005년에 다시 용역에 착수했다. 신청서 작성을 위한 학술용역과 관리계획 용역을 분리해 발주하는 등 대대적인 보완작업을 거친 끝에야 2006년 1월에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신청서 제출.실사

지난해 10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현지실사에 이어 12월, 그리고 올해 3월 패널회의가 스위스에서 비공개리에 열렸다. IUCN의 현지실사를 앞두고는 제주도민과 내.외국인의 전폭적인 성원속에 사상 유례가 없는 등재서명 캠페인이 전개돼 1백50여만명이 동참하는 한편의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IUCN은 실사와 패널회의를 거쳐 권고사항에 담긴 리포트를 5월초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비로소 '등재권고' 됐다. 뉴질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이같은 등재권고를 전폭적인 지지속에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최종 등재의결했다.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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