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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천국
[철새들의 천국 '제주'명성되찾기 다시 시작이다](9)
2부 국내 철새도래지를 가다 <3>서산 천수만
세계적 철새도래지 기업도시 개발로 몸살
입력 : 2007. 07.19. 00:00:00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철새기행전을 기념해 만든 천수만 인근 조형물과 솟대들. 천수만 기러기쌀을 홍보하는 선전물. 철새를 볼 수 있도록 조성된 조망대. 철새들이 오지 못하도록 불을 놓은 논. 천수만A 지구에 시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해마다 철새 기행전 개최…몇년새 철새 개체수 감소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충청남도 서산 천수만이 변하고 있다.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이곳이 기업도시가 조성된다. 찬반 논란 속에서도 현대건설과 태안시는 관광·환경·첨단복합 기능이 어우러진 국내 최초의 관광레저형 태안기업도시를 9월 착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서산시는 천수만에 대해 세계자연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기업도시'와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개발과 보전의 움직임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서산 천수만은 충남 서산해안과 섬 아닌 섬 안면도 사이에 형성된 골깊은 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에 속한다. 수심이 얕고 간만의 차가 심해 예전부터 양식장의 적지로 알려져 왔으나, 1980년대 매립공사로 1만5천4백9ha에 이르는 대규모 간척지가 조성됐다.

 천수만은 철새 이동경로 중간 기착지점에 해당하는 병목구간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철새들이 모여든다. 또 매립공사로 간척지가 형성돼 철새들의 휴식처가 만들어졌다. 농경지는 벼를 재배하고 있어서 추수 후에 남겨지는 낙곡과 들쥐, 개구리와 담수호의 잉어를 비롯한 풍부한 담수어류 등 조류의 먹이가 되고 있다.

 또 조류의 번식 장소가 되는 갈대를 비롯하여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일정 수위가 유지되는 논 자체가 습지에서 번식하는 조류에게 훌륭한 조건이 제공되면서 다양한 여름철새들이 번식하고 있다.

 천수만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새, 큰고니, 개리,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매, 잿빛개구리매, 솔개 등 맹금류, 가창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오리류, 도요물떼새류 등 다양한 새들이 찾는다.

 특히 수십만마리가 넘는 가창오리가 해질녘 한꺼번에 날아올라 먹이를 찾으러 가는 장면은 장관을 이루는데 가창오리의 군무를 구경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탐방객들이 몰려든다.

 서산시는 해마다 3백여종 40만마리 이상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점을 이용해 해마다 철새기행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철새기행전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천수만 인근의 식당과 민박들은 호황을 이루고 있다. 철새기행전이 이루어지는 한 달가량 행사진행을 위해 인근 지역주민들을 고용해 일정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고용창출에도 한 몫하고 있다.

 많은 철새들이 관찰되는 곳에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나 갈대를 이용해 차폐막을 세우고 다양한 높이에 구멍을 뚫어 남녀노소 어른아이할 것 없이 철새를 관찰할 수 있게 했으며 철새들의 서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차량을 통제하고 탐조차량을 이용해 함께 이동하면서 철새를 관찰하고 철새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한다.

 행사장 내 철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생태관을 운영,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철새기행전을 개최하는 서산시의 환경마인드와 비전을 전세계에 알리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최대 개체수를 보이던 때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새들만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현숙기자 hslee@hallailbo.co.kr

[현장에서 만난 사람/김현태 교사]"개발로 '바닷속 은행' 사라져"

 "지역주민들은 옛날의 서산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은행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바다가 막혔고 지역주민들의 은행은 사라지고 만 셈입니다."

 김현태씨(서산농공업고등학교 교사)는 이같은 말로 지역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그는 일선 교사로 근무하면서 휴일을 반납하고 시간을 내 서산간척지를 비롯한 전국 간척지 주변에서 그의 친구이자 삶의 일부분인 조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탐조 여행을 통해 관찰한 조류 목록만 해도 무려 13목 45과 3백17종에 달해 보기 드문 조류 연구가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국내 첫 민간인 대상 제1차 극지체험단 남극 세종과학기지 파견 대상자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는 "논 하나하나마다 새들이 꽉 차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새들 입장에서 보면 '사막'이다. 이대로 가면 해마다 개최했던 철새기행전도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증하듯 점차 철새기행전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있는 것이 사실. 서산 A지구에 철새박물관을 짓는다는 계획도 이미 마련돼 있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그는 "철새를 지키고 자원화하자는 한사람으로 서산에서는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며 "올해가 가장 큰 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씨와의 인터뷰를 마치자 서산천수만 A지구에 덩그러니 서 있는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2006 서산 천수만 세계철새 기행전'안내판이 썰렁하게 느껴졌다.

/이현숙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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