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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천국
[철새들의 천국 '제주'명성되찾기 다시 시작이다](12)
3부 위기의 제주 철새도래지-3)사라지는 습지…떠나는 철새들 '용수리'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입력 : 2007. 08.09. 00:00:00

▲제주시 서부지역 대표적 철새도래지인 용수저수지 전경.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대표적 도래지 불구 위험요소 산재


제주 동쪽에 하도·성산 철새도래지가 있다면 서부지역에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저수지가 있다. 용수저수지는 하도·성산철새도래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논과 크고 작은 습지, 울창한 숲까지 갖추고 있어 물새와 산새들을 두루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몇해전부터 이곳도 철새도래지로서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용수저수지 인근논이 사라지고 개발이 이뤄지면서 철새들의 서식 공간을 빼앗고 있으며, 저수지 주변에서 낚시와 수렵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새들이 추위를 피해 저수지의 돌틈에서 추위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총소리로 인해서 새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리고 논이 줄어들면서 새들의 먹이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 용수저수지는 어떤 곳?

용수저수지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지역 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58년에 완공됐다. 바다에서 남동쪽으로 3km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약 10ha에 이른다. 수심은 1m정도로 잉어, 붕어, 민물장어, 미꾸라지 등이 서식한다. 주변은 논과 밭 그리고 소나무 숲이 형성되어 있다. 용수저수지는 수심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데다 곳곳에 작은 섬들이 형성돼 먹이를 먹는 곳이라기보다는 새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용수저수지는 주변에 논농사가 발달돼 먹이 찾기가 쉽고 작은 습지와 울창한 숲도 철새들에게는 안락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인공섬이 너무 가파르게 조성돼 철새들에게 있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용수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철새들. 위로부터 번식에 성공한 물꿩, 장다리물떼새, 황새.

# 어떤 새들이 찾아오나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새·매·황조롱이·새매 등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물수리·큰말똥가리·항라머리검독수리 등 맹금류가 찾아온다. 또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홍머리오리·고방오리 등 오리류, 논병아리·검은목논병아리 등 논병아리류, 쇠백로·중대백로 등 백로류, 민물가마우지 등 가마우지류 등 약 70여종의 철새들이 찾아온다. 주변 논에는 봄과 가을 이동시기에 알락도요·꺅도요·장다리물떼새·꼬마물떼새와 같은 도요·물떼새류가 먹이를 보충하고 잠시 쉬었다 날아가는 중간기착지로 이용되고 있다.

# 불법 수렵 등 금지대책 필요

용수저수지는 논이 새들에게 먹이터를 제공해 주고 피난처를 공급해 주고 있어서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또 내부 준설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민물낚시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 낚시꾼들의 출입이 많아지면서 새들이 먹이터나 휴식처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낚싯바늘이나 낚싯줄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어 새들의 월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뿐 아니라 용수저수지 인근에 수렵허가지역이 있어 사실상 보호해야할 새들에 대한 불법 수렵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논 사라지면서 먹이도 줄어

용수저수지 인근 논들은 물새들에게 좋은 먹이터를 제공한다. 하지만 쌀이 소득작물로 경제성을 상실하면서 그대로 방치되거나 매립되어 밭으로 바뀌거나 방치되고 있다. 쌀을 수확한 후 낱알이나 논에 고인 물에서 살아가는 곤충이나 지렁이, 미꾸라지 등을 주로 먹는 물새들은 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한 후 논으로 와서 먹이를 먹게 된다. 그러나 논이 경작되지 않고 방치됨으로써 풀이 무성해지고 매립되어 밭으로 변한 논은 먹이터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논이 넓게 형성되어 있던 과거에는 흑두루미나 황새같은 대형 조류들이 많이 찾았지만 논 면적이 줄어들면서 점점 대형조류들이 서식하기에 부적합해져 황새가 보기 힘들어진 것이 실례다.

# 어떻게 해야하나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황새를 귀하고 길조로 여기기 때문에 황새가 마을에 나타나면 일단은 황새가 먹고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용수지역도 황새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홍보를 통해 관광객 및 탐조인들을 불러들이는 이벤트도 해볼만 하다. 또 황새관련 상품과 더불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저농약 벼 등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경제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용수리는 충분히 생태관광지로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고 경제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경사가 가파르게 조성된 인공섬 면적을 늘리고 경사도 완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새들에게 안전하고 안락한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불법수렵행위와 낚시 등을 단속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장기적으로는 유휴지에 대해 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용수철새도래지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조류독감 위험 안내판'만 있을 뿐 저수지주변은 지저분하고 황량한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가꾸고 홍보를 통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보호와 소득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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