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 군사시설이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사진 오른쪽은 최근 발견된 송악산 해안 특공정기지 유도로시설, 사진 왼쪽 위는 송악산 알오름 지하진지 훼손 사례, 사진 왼쪽 아래는 조천읍 서우봉 특공정기지 갱도.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당국 무관심속 점차 훼손·멸실 우려 높아 학술·실태조사 등 역사성 규명·대책 시급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 송악산 해안. 이곳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파놓은 자살특공정기지였다. 해안가에는 당시 특공정을 발진시키기 위해 만든 유도로시설이 숨겨져 있다. 최근 발견된 이 특공정 유도로시설은 두 가닥의 레일자국과 침목 흔적 등 당시 모습을 뚜렷이 간직하고 있어 관련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보 8월15일자 1면> 일제가 제주도에 구축한 해안특공기지 5곳의 구축과정을 규명해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송악산 해안 특공정기지는 역사적 중요성을 감안 지난 해 11월 문화재청에 의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술 및 실태조사 등을 통한 역사적 성격 규명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러한 사실들은 60여 년 넘게 묻혀져 왔다. 당국의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은 송악산 해안 특공정기지 뿐만 아니다. 지난 해 문화재청은 제주도내 일제 군사시설 12곳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알뜨르비행장 격납고시설과 지하벙커, 송악산 알오름·사라봉·가마오름의 거대 지하진지, 송악산·서우봉·일출봉 해안특공기지, 어승생악 및 알오름 고사포진지 등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일본군 갱도 등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국내 처음이어서 문화재청의 진일보한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이들 등록문화재는 말 그대로 등록만 해놓은 채 당국의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훼손 위험에 처해있다. 송악산해안의 자살특공정(카이텐·回天) 유도로시설은 원형을 유지하는 등 보존가치가 높으나 멸실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술조사 및 실측 등을 통한 성격규명과 보존 정비대책이 하루빨리 요구되고 있다. 해안의 특공정기지 역시 송악산으로의 빈번한 차량진입과 관리소홀로 15곳의 갱도가 훼손되거나 무너질 위험에 놓여 있다. 송악산 알오름의 거대한 지하진지는 주민들에 의해 내부가 일부 변형되거나 훼손되고 있는 사례. 또 알오름 정상부의 고사포진지는 잡목만 무성히 자라고 있어 정부에 의해 등록된 근대문화유산임을 의심케 하고 있다. 대정읍 상모리 이교동 통신시설의 경우도 등록만 해놓고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관을 해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제의 중국대륙 침략 전초기지였던 알뜨르비행장 주변에도 격납고 뿐만 아니라 당시 병사(兵舍) 등 관련시설이 남아있으나 이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차 사라질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시 사라봉 갱도는 시민 및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라는 점에서 하루빨리 보존 및 정비대책이 나와줘야 하는 곳이다. 우선 최소한 안내문이라도 세워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픈 역사현장을 알리는 한편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해안특공기지인 조천읍 서우봉과 성산일출봉도 당국의 관리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우봉에는 1백여m가 넘는 대형갱도와 해안가를 따라 20여 곳의 갱도가 구축됐으나 내부는 각종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성산일출봉 특공정기지는 일부가 해녀탈의장으로 이용되는 등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학계 및 전문가들은 무관심속에 방치되는 근대문화유산 등록 일제 군사시설에 대해 학술조사와 이를 통한 보존·정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전문가리포트]근대문화유산 조사·보존 고민해야 오늘날 이런 일본군 군사시설들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전문가들과 더불어 다양한 계층에서 폭넓게 대화가 시작되고 있다. 급기야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관심으로 현재 12곳의 일본군 군사시설에 대한 근대문화유산의 등록이 이뤄졌다. 이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등록된 근대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과 정비를 해야 하는가이다. 빠른 시일 안에 보전과 정비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많은 일본군 군사시설들이 복구가 불가능한 손실이 올 수 있다. 따라서 현존하는 일본군 군사시설들의 실태조사 및 그 후속조치들이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군사시설들은 손쉬운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들을 근거로 보전과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보다 세밀한 현장, 학술, 실측 등의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근거로 정비와 보존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역사적 사료에 가장 근접한 보존과 정비가 이뤄질 때 이를 통해 후손들에게 그 당시 제주도가 지닌 세계사적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금 본격적인 실태조사와 보존 및 정비의 후속조치들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황석규/제주역사문화진흥원 전임연구원> ※한라일보(www.halla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 문의 특별취재팀 064-750-2231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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