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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천 범람 본사 윤전기 삼켜
하천물 넘치며 서사로 일대 물바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7. 09.18. 00:00:00

▲태풍 '나리'로 병문천이 범람하면서 하천둑과 다리를 삼킨 빗물이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윤전실로 밀려드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본사 수십억원대 태풍 피해 예상돼


삽시간에 벌어졌다. 편집국에 있던 누군가 "병문천이 범람할 것 같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 지 10분쯤 지났을까. 하천 물은 끝내 도로위로, 주택가로, 본사 건물로 달려들었다.

16일 오후 1시5분쯤. 병문천이 범람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하천 둑과 본사 앞 다리를 삼킨 빗물은 물살빠른 강물로 변했다. 서사로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고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윤전실 안으로 밀려드는 데 5분도 안 걸렸다. 신문사에 있던 모든 임직원이 뛰쳐나와 사무가구용 칸막이, 신문지 뭉치 등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면 모조리 동원하고 몸으로 막아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후 2시40분. 윤전실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 빗물은 신문사 1층 현관까지 덮칠 기세였다. 그즈음 병문천 다리 난간 한쪽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10여분쯤 지나자 사람의 허리까지 차올랐던 하천 물의 수위가 차츰 낮아지기 시작했고, 1시간여만에 거짓말처럼 도로가 바닥을 드러냈다.

오후 4시30분, 양수기 2대가 처음으로 윤전실 물을 빼내는 데 투입됐고, 1시간후에 소방차 1대와 양수기 2대가 힘을 보탰다. 오후 6시30분에는 양수기 6대를 추가로 투입했지만 지하실은 좀처럼 바닥을 보여주지 않았다. 전력 공급까지 중단된 탓에 직원들은 어둠 아래 손전등을 서로 비추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 시간, 편집국 일부 직원은 제주시내 한 인쇄소에 모여 17일자 신문을 제작했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4면이라도 발행하자는 임직원의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물과의 전쟁'은 이튿날 새벽 2시40분쯤 마무리됐다. 지하실 완전 침수가 이루어진 지 12시간만이었다. 빗물은 퍼올려졌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깊게 패었다. 17일 오전 8시부터는 빗물에 휩쓸려온 윤전실의 온갖 부유물을 꺼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번 태풍으로 수십억원대의 윤전기를 비롯해 신문용지, 잉크 등 신문제작에 필요한 갖은 물품이 피해를 입었다. 변전실도 물에 잠겨 17일엔 임시 전력을 끌어왔다. 서사로 일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요일 물폭탄을 맞은 이 일대의 주민들은 17일 하룻동안 꼬박 복구작업에 매달렸다. 소형 태풍이 될 것이라던 나리, 그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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