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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향기/토요일에 만난사람
[토요일에 만난 사람](70)여성장애인시설 윤기예 원장
"받은 혜택 정성보태 나눠요"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입력 : 2007. 12.01. 00:00:00

▲여성장애인생활시설인 '믿음의 집' 윤기예 원장(왼쪽 다섯번째)과 원생들이 담소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장애인들 사회적응력 키워가는 게 보람
여유없지만 매달 1만원 공동모금회 기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이들과 나누면서 살겠노라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많든 적든 남을 돕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윳돈이 생기더라도 대다수는 자신을 위해 쓰고 싶은걸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한림읍 명월리에 있는 여성 장애인생활시설 '믿음의 집'의 윤기예 원장(47). 그녀는 넉넉지 않은 시설살림을 남편과 함께 꾸려가면서 주변의 후원을 줄곧 받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늘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 받아온 도움에는 못미치지만 정성이란 이름을 보태 작은 기부를 실천하는 일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초부터 믿음의 집 이름으로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달 1만원을 내고 있어요. 액수가 너무 적지만 여유가 없으니 마음만 전달하는 거죠. 그런데 얼마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도내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매달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곳이란 얘기를 하더군요." 그녀는 보육원 어린이 1명에게도 매달 1만원씩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믿음의 집에서 생활하는 10명의 2, 3급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후천적 장애인들이다. 어릴적 실수로 산불을 낸 충격으로, 아이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뇌손상을 입은 경우까지 저마다 사연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 년간 정신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하거나 오랫동안 가족들의 간병을 받아온 공통점을 지녔다.

이 장애인들은 물론 시설에 매달 일정액의 돈을 낸다. 그러나 그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형편에 따라 10만원에서 20만원대까지 받고 있어요. 오랜 투병으로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정도 돼요. 사회적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니 경제적 어려움은 견뎌내야죠."

이들 장애인들은 마당 한켠 작은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가꾸고 식탁에 올린다. 처음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이들이지만 차츰 적응을 하더니 이젠 식사준비며 설거지도 곧잘 거든다. 장애인들의 그런 변화가 마냥 행복한 그녀다. 또 그녀가 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매달 한 두 차례 거르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바깥 나들이다. 한림오일장, 유통매장에서 장을 보고 대중목욕탕에도 같이 다닌다. 외식은 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들 부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두 딸은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장성해 직장을 다니고 있는 아들과 딸은 믿음의 집에 매달 1만원씩 꼬박꼬박 내는 후원자다.

초겨울로 접어든 요즘 그녀에겐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내년 봄까지 아껴쓴다고 해도 4백만원은 족히 들 난방비다. 게다가 최근 기름값마저 큰 폭으로 인상돼 부담이 더 늘어날 형편이다. 다행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8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행정의 지원을 받았다는 그녀는 올해도 반가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복지사를 채용해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시설을 법인으로 등록하고픈 두 가지 소망을 키워가는 그녀는 오늘도 그렇게 장애인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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