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인쇄사를 운영하는 홍성호씨와 아들 승이씨가 갓 나온 인쇄물을 살펴보며 인쇄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제주문화'시리즈 발간 분야별 집대성 "기술·경쟁력 갖춘 지역업체 지원 절실" 학창시절 교지를 만드는 작업을 했던 기자는 한 달에 3~4일은 허름한 인쇄소에서 밤늦도록 일을 하곤 했다. 교지가 완성되면 선배들은 교지를 둘둘 말아 그 안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는 것으로 고생을 씻어내곤 했다. 이렇게 90년대초 허름한 인쇄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경신인쇄사를 찾았다. 경신인쇄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인쇄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아버지 홍성호씨(66)와 아들 승이씨(37)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버지를 도와 아들이 인쇄소를 지켜온 것도 벌써 15년이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아버지 곁을 지켰어요. 일 때문에 대학교도 야간에 다녔구요." 제주시 남문로터리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인쇄소는 20여년전 연동으로 옮겼다. "작은형이 칠성통에서 인쇄소를 했었어요. 형님 일을 돕다가 혼자 독립을 한 셈이죠." 최근 홍씨 부자는 큰 투자를 했다. 도내에서 보기 힘든 8억원가량의 4원색 인쇄기를 들여놓은 것. "막대한 시설투자를 했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제주의 출판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사업만 따서 인쇄는 타지역에 맡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사업을 주는 입장에서 이같은 점에 차별을 두지 않으니 투자하려는 결심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아들이 있어 인쇄소를 계속 지킬 것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이들 부자가 10년전부터 시작해 40권째 엮어낸 '제주문화' 시리즈는 이같은 제주출판 문화를 키워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주의 자료를 묶어내 후세들이 제주의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죠. 사실 3백부 한정판이고 수입은 없지만 앞으로 2백권까지 묶어내는 것이 꿈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쇄물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부자는 인터넷 자료의 기본이 되는 것은 간행물인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와 운영경비를 빼면 먹고 살기도 힘든 게 사실이지만 시설이라도 제대로 갖춘뒤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래야 아들도 당당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들도 돈벌이 보다는 출판사업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에도 힘을 계속 쏟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방 출판사가 40권째 시리즈를 출간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제 꿈은 제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제주문화'시리즈를 빼고 '제주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정리한다는 것이 제일 큰 보람입니다. 이 일은 계속해야죠." 가만히 듣던 아들이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서 해오신 제주향토자료 발굴작업을 계속하려고 하는데 점차 정리할 자료를 찾기가 힘든 상황입니다"라며 "하지만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정리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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