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터줏대감이었던 '몽실이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온 가족이 순대를 매개체로 똘똘 뭉쳐 있다. 맏이 신인화씨가 딸 고경수씨와 아들 고창호씨와 함께 순대국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할머니·어머니 이어 순대국밥집 운영 자녀들도 식당일 도우며 대 이을 준비 서민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때론 아픈 속을 풀어주는 음식이 있다. 바로 '순대국밥'이 아닐까 싶다. 50년동안 제주시 서문시장을 지키며 '순대 할머니'로 불렸던 이가 있었다. '서문시장 몽실이 어머니'로 통했던 고(故) 조복래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3년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순대와 떨어질 수 없는 인생을 살았고 그의 손맛은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맏이 신인화씨(59)가 운영하는 '하나로국밥'이 가장 대표적이다. 동생 신영택씨(56)는 순대전문 '별미식당'을 하고 있다. 서문시장 내 '할머니 순대'는 동생 신희선씨(52)가 각각 지키고 있다. 산지천의 끝자락, 바다내음이 퍼지는 국밥집을 찾아간 날은 굵은 빗줄기가 잠시 그쳐 선선해진 날이었다. 피난선이 있는 곳에 조그맣게 자리했던 국밥집은 15년전 문을 열었고, 피난선이 들어서면서 옮겨와 7~8년이 흘렀다. 이곳은 다른 식당과 달리 '순대 정식'이라고 불리워도 좋을 만큼 반찬이 풍성하다.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고추절임 등 맛깔스런 반찬이 담긴 접시 8개가 상에 올라온다. 이곳에 가면 신씨와 꼭 닮은 딸 고경수씨(37)와 아들 창호씨(35)가 함께 있다. 대를 이은 '순대사랑'이 또 한차례 대물림 되고 있는 것. "어머니가 식당을 하기 시작할때부터 도와드렸어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간호학원도 다녔고 의류매장 매니저 일도 했지만 순대국밥에 중독(?)된 손님들처럼 나도 여기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요." 딸도 그렇지만 어머니도 아이들이 다른 일을 했으면 할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좀더 편하고 폼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도 조만간 결혼도 할테고 또다른 국밥집을 열겠다고 하네요. 이젠 '순대가족'이란 말이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이 자긍심을 아이들도 지켜갔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어느새 흐믓한 미소가 흐른다. 어머니에게서 '국밥'의 참맛을 배우고 있는 아들도 언젠가는 국밥집을 차릴 마음을 품고 있다. 오전 시간임에도 계속 이어지는 손님때문에 '토막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순대와 국밥이 맛있는 이유에 대해 가족 모두에게 물었다. 모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님이 하시던 그대로 하는 것 뿐." 취재중 식사를 하던 한 손님이 인터뷰를 자청했다. "아라동에서 여기까지 이 맛에 중독돼 찾아옵니다. 냄새가 전혀 안나고 담백한 맛이 끝내줍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서민들의 '순대국밥 사랑'은 이어질 것이다. 그만큼 이들 '순대가족'의 흐름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도대체 '순대가족'의 가계도가 어디까지 뻗어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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