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워하다 1990년 제주서 개업 기술력 인정받아 지정수리점 따내기도 아버지 옆 지켜온 아들도 같은 길 결심 ▲40년동안 사진기를 고쳐온 아버지 김성근씨(왼쪽)와 둘째 아들 경훈씨가 수리중인 사진기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필카'에서 '디카'로 중심이 이동하는 동안 '필카'든 '디카'든 가리지 않고 사진기를 고쳐온 이가 있다. 김성근씨(53·종합카메라서비스)가 그 주인공. 몇해전부터 그의 둘째 아들 경훈씨(26)가 함께 사진기를 고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지난 11일, 제주시 삼성혈 인근에 있는 수리점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해부(?)된 사진기와 부품들로 빼곡했다. 그 틈 사이로 부자가 나란히 앉아 스탠드불빛 아래에서 사진기를 고치고 있었다. 최근에는 회사마다 AS센터가 있어서 이런 사진기 종합 수리점은 제주에 몇개 남아있지 않다. 아버지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갔고, 사진기 수리 기술을 배워 20년 동안 서울살이를 했다. 그러던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때문에 지난 1990년 제주에 내려와 수리점을 열었다. 요즘에는 십중팔구 '디카' 손님이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필름카메라를 이용하는 사진사, 관광택시 운전사, 관광객 등이 고객이었다. "수동 카메라가 더 손이 많이 가죠. 디지털 카메라는 부품을 교환하고 조정프로그램을 점검하면 되지만 수동 필름 카메라는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의 주 고객이 '필카'에서 '디카'로 옮겨지는 동안 '귀중품'이었던 사진기는 이젠 '필수품'이 됐다. 또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중요한 손님이다. 큰 맘 먹고 제주나들이에 나선 관광객의 경우, 갑작스럽게 사진기가 작동이 되지 않으면 '난감' 그 자체다. 그렇다보니 관광객들은 다급하게 이곳을 찾는다. 그때마다 이들 부자는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그것부터 고쳐준다.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지는 동안 이곳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0년 니콘(nikon)·캐논(canon)으로부터 각각 지정수리점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기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진 만큼 카메라를 수리하는 이곳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AS센터를 두면서 이곳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것. 하지만 아들은 힘이 들더라도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이다. 꼼꼼하고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온 아버지. 늘 강한 모습이었던 아버지가 몇해전 위암수술을 받았다. 아들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버지가 아프시니까 갑자기 모든 것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고…"아들이 말을 흐렸다. 오랜 사진기를 만지작 거리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사진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 전부지. 직설적으로 말하면 '밥통'이지." 아들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다른 답이 돌아왔다. "사진기를 떠올리면 항상 아버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어릴때부터 집에는 아버지 책상이 있었어요. 집에서도 항상 그 책상에서 사진기를 고쳤고 아예 못쓰게 된 사진기는 제 장난감이었어요. 그래서 사진기는 곧 제게는 아버지입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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