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덕성원'을 지키고 있는 큰 아들 옥해씨가 요리하는 모습을 아버지 왕복안씨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3대째 이어지는 '꿩깐풍기' '게짬뽕' 유명 '이방인'이유로 손해 보지만 제주살이 만족 전통음식이 아닌데도 자장면·짬뽕만큼 이야깃거리를 많이 갖고 있는 음식은 드물다. 어린시절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의 추억'부터 '자장데이'까지. 자장면은 아예 우리네 음식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서귀포시 천지연폭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중국음식점 '덕성원'은 벌써 3대째 자장면·짬뽕을 비롯한 중국요리로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몇해전 '예사롭지 않은 맛'이라는 소개로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허름한 흰색 건물에 촌스러운(?) 글씨체로 '덕성원(德盛園)'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비가 많이 내린 지난 18일 찾아간 음식점은 원래 자리 바로 옆에 화려한 건물로 옮겨져 있었다. 이곳이 할아버지 故 왕정춘씨, 아버지 왕복안씨(73)에 이어 큰 아들 왕옥해씨(39)가 물려받은 '원 덕성원'이다. 식당 이름에 '원'자가 있는 것은 '짝퉁'이라도 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 둘째 아들 옥광씨(38)가 '중문점'을 운영하고 있고 막내아들 옥림씨(36)도 지난해 10월부터 '제주시 일도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역사는 1945년부터. 아버지는 한때 세 아들이 모두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를 졸업했는데도 '화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미국이민을 생각했던 적이 있다. "이민허가가 나왔는데 이것저것 정리하려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거야. 2번 연기를 했더니 아예 자동으로 취소돼 버리더군. 지금은 안가길 정말 잘했다 싶어." 아버지는 아들에게 '제주인'으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라고 강조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이들이 가장 자랑하는 요리는 뭘까. '탕수육' '꿩 깐풍기' '게짬뽕' 등은 이들이 자부하는 맛이다. "여기서 깐풍기를 먹어본 손님들이 다른 곳에 가서 그 맛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비결을 묻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조리법과 재료 등을 알려줘도 맛이 다르다는 것을 보면 손맛이겠죠." 이곳은 배달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배달과정에서 요리의 맛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사고도 많이 나고, 그래서 아예 20년전부터 배달을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은 세 아들 모두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관광분야를 전공해 여행사·특급호텔 등지에서 근무도 해 봤다. 아들은 "사실 식당일은 성격이 맞지 않으면 힘든 일이죠. 한때는 가업을 잇는 것보다 직장에 다니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여행사 등에 다녔지만 아버지의 연세가 많아질 수록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들 모두 잘 하고 있지만 '특별한 손님'이 왔을땐 아버지가 직접 요리를 만든다. "아버지는 젊은 요리사 몇명이 하는 것보다 손이 빠르세요." 비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주인장의 인생사를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게짬뽕이 더없이 칼칼하고 시원했다.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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