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범씨 가족은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가 모두 분야별 사진 전문가로 통한다. 사진을 찍기만 하던 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사진에 찍히려니 어색한지, 웃는 순간을 포착하느라 한참이 걸렸다. /사진=강경민기자 40여년 사진 외길 인생 아버지 아들·며느리도 어느새 같은 길 아버지는 40여년간 사진사로 외길을 걸어왔다. 이제 아들과 며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아버지는 천천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어렵기만 했던 시절 이석범씨(57)는 열여덟살에 사진 기사의 길로 들어섰다. 제주시 서문사진관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아들이 세상의 빛을 본 지 백일되는 날 생애 첫 사진관을 차리게 된다. 이름하여 남문사진관. 이후 자리를 옮기고 간판명 바꾸기를 거듭하다 77년도에 지금 제주시청 인근에 킹칼라 사진관을 차렸다. 이 때부터 그에게 황금기가 도래했다. 하루에 많게는 1천5백명의 손님까지 받아봤다. 그렇게 호황을 누리던 그에게도 침체기가 시작됐다. 9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의 자리를 잠식하면서 손님이 뚝 떨어진 것. 서울올림픽 1년 전 제주에서는 처음이자 전국에서 여섯번째로 FDI(디지털 현상기)를 3억원에 들여온 지 3년쯤 뒤부터의 일이다. '필카'가 '디카'로 전환된 것처럼 간판도 '사진관'에서 '스튜디오'로 바뀌었지만 그의 생활은 40여년간 한결 같다. 그런 성실함 때문이었는지 급변하는 환경에 아랑곳없이 그는 직업을 지켰고 자식에게까지 이어졌다. "아버지는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 출근하고, 밤 10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40여년간 이어오고 있어요. 그렇게 오랜 세월 흔들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판 결과 제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진사가 되신 거겠죠." 며느리 고은영씨(33)에게 시아버지는 사진을 가르쳐준 은사이자 세상 사는 법을 보여준 훌륭한 선배다. 디자인을 전공한 고씨는 대학 때 남자친구 아버지의 사진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진을 접했다. 남자친구에서 남편이 된 이태종씨(35)와 '킹칼라 스튜디오' 분점을 차린 그는 '탄생'사진 전문가가 됐다. 가장 신비스럽지만 공개를 꺼리는 출산 현장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자부하고 있고, 제주에서는 현재도 유일하다. 그 자부심은 조그만 사진집으로 결실을 맺었다. 당초 사진에 젬병이었던 태종씨는 군대를 갔다온 뒤 많은 고민을 하다 전공을 사진으로 바꿨다. "좀 더 어른이 되니까 '비전'을 생각하게 됐고 전공을 바꾸고 나서는 꽤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들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부전자전인지 재학 중에는 모 단체에서 주관한 사진전에서 대상도 차지했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아들은 '웨딩'과 '베이비', '프로필' 사진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해 아내와 함께 직원 10명을 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는 모두 사진사로 통한다. 아버지는 제주에서 가장 먼저 고가의 최신식 장비를 들여온 선구자고, 아들은 '베이비' 사진을, 또 며느리는 '탄생' 사진을 가장 먼저 찍기 시작했다. 대를 잇는 그리고 대가 이어지는 이유다. "상호명이 같아서 손님들이 혼동을 하더라고. 그래서 이제 은퇴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밝힌 은퇴 이유다. 대가로 통하지만 자식에게 누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아들이 나보다 훨씬 더 실력이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로 은퇴 의지를 굳게 내비쳤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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