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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문화공간의 휴식과 노동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8. 09.16. 00:00:00
하루도 안쉬는 道박물관 전시품 스트레스 안받나…일주일에 한번쯤 휴관을


휴식은 달콤하다. 목이 탈때 마시던 물 한모금처럼.

추석 연휴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즐긴 이들이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문화 동네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데가 그렇다.

박물관에선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더 바빠진다.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어려운 방문객들을 위한 민속놀이를 내놓고, 연휴 나들이 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있어서다. 이런 중에 문화공간 두 곳의 추석맞이가 사뭇 다르다.

제주 도심의 삼성혈 인근에 위치한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하루 방문객 1만명 돌파 기록을 세울 정도로 수학여행단에서 개인까지 숱한 관광객들이 찾는 박물관이면서 제주의 대표적 관광지중 하나다.

이곳은 연중 무휴다. 1년중 자료 소독을 위해 쉬는 며칠을 제외하면 꼬박 문을 연다. 월요일에 휴관하는 국립제주박물관 등 도내 국공립 박물관·미술관들은 1주일에 한차례, 아니면 2주에 한번꼴로 정기 휴관일을 정해놓았다.

놀지 않고 일하는 걸 두고 왜 이러니저러니 하느냐 싶겠지만, 박물관 운영을 위해선 일주일에 한번쯤 쉼표를 찍어주는 게 좋다. 박물관 직원들이 한 숨을 돌리기도 하지만 오래된 유물과 같은 전시품들도 숨을 쉴 수 있다. 수많은 방문객들이 드나드는 동안 전시물이나 시설이 그만큼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매일 입장객들이 오가는 일은 장기적으로 보면 전시품 관리나 박물관 운영에 득이 될 게 없다.

관람객들이 전시실을 둘러보는 중에 시설물을 고치겠다며 직원이 사다리를 들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정된 공사가 아닌 바에야 박물관에서는 관람객들이 가장 편안한 여건에서 전시를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제주지역 도립박물관의 '맏형'격인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무슨 이유로 정기 휴관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지 모른다. 혹여 문이 닫혀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을 잡아보려는 심사라면 다른 공립박물관들과 정기휴관일이 겹치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

반면 어떤 경우엔 하루쯤 더 문을 열어줬으면 싶은 곳이 있다. 이중섭 원화전을 열고 있는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중섭미술관은 이번에 월요일이 정기휴관일이라 추석당일인 14일에 이어 15일까지 이틀동안 문을 닫았다.

조례에 나온 대로 휴관한 것이지만 관람객을 위한다면 연휴 마지막날인 15일은 문을 열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월요일에 휴관하더라도 명절때는 연휴 관광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정상 개관하는 다른 박물관 사례가 있기도 하다. 서귀포시는 한가위를 맞아 이중섭문화거리에서 토요일에만 열어오던 상설공연을 지난 일요일에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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