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4월, 4·3 59주년을 맞아 한라일보는 '오승국의 4·3유적지를 찾아서'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오늘까지 근 2년간 69회를 연재하였습니다. 본 기획을 통하여 현대사의 아픈 역사인 제주4·3의 생생한 진실을 현장의 유적을 매개로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무관심 속에 버림받은 4·3유적지의 실태를 살펴 보았습니다. 이제 4·3평화재단과 문화재 당국에서도 4·3의 진실을 증언할 현장의 유적지를 중요한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호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본 연재는 4·3 이슈의 소강기에 진행되어 다시 한번 역사의 진실과 그 기억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발품으로 제주 전역을 취재, 집필하여 주신 필자와 애정어린 시선으로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집자주>…○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제주섬의 아름다운 풍광에도 불구하고 그 뒤켠에는 잊으려 해도 지워지지 않은 한과 눈물의 역사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이러한 제주현대사의 비극적 파편들은 곧바로 이땅에 사는 사람들 모두의 고통일 수 있고,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극명한 역사의 증거가 되어가고 있다. 60년 전 우리나라의 최남단의 섬 제주도에서는 군인, 경찰, 서북청년단 등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중산간 마을 등 수많은 가호가 불에 타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 현장에 있는 4·3유적의 의미 제주4·3은 제주도민들에게 큰 아픔을 주었고,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4·3사건으로 인적, 물적 피해 및 제주 공동체 파괴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을 겪었던 4·3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 불행한 사건을 오히려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훈으로 삼자고 말라버린 가슴을 부단히 다독였던 것이다. 반세기 넘게 흐른 지금도 4·3은 여전히 두려운 기억으로 제주사람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으며, 흩어져 있는 4·3유적지 만이 당시의 기억을 재현하며 비극의 실상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섬 전역에 산재해 있는 제주4·3사건의 다양한 유적지들은 진상규명과 더불어 당시 실상을 증빙하는 또다른 형태의 근거이자, 통곡의 4·3역사를 후손들에게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이 흐르면서 현장의 4·3유적은 그 중요성을 인식받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도 훼손되어 없어지고 있다. 4·3유적을 분류해 보면 대개 ▷잃어버린 마을 ▷4·3 석성 ▷주민 피신처 ▷학살터 ▷민간인 수용소 ▷주둔지(군·경·서북청년회·무장대 등) ▷희생자 집단묘지 ▷4·3 관련 비석 ▷역사현장 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4·3특별법에 의해 유적지 종합정비사업이 미흡하지만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면서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섯알오름 학살터와, 너분숭이 공원, 낙선동 성터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4·3유적지들은 증언채록과 현장조사를 통해 발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꾸준히 전개해온 4·3유적지 답사가 4·3의 진실과 그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몫을 하였다. 체계적 보호대책 필요 4·3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이 자유롭지 못하던 과거에는 제주의 들판과 오름을 오르며 4·3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야 말로 또하나의 역사바로알기운동이었으며, 4·3역사의 대중화에 기여한 귀중한 4·3운동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계획적이고 몰역사적인 개발로 인해 훼손되고 아예 없어지는 유적지들도 늘어 나고 있다. 대표적인 유적지 사례를 살펴보면, 4·3 당시 60여명의 주민들의 희생당하고 마을은 폐허가 되어버린 서귀포시 영남마을이다. 영남마을은 당시의 올레, 우물, 정자나무, 대나무숲, 집터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반세기 전의 비극을 처연히 보여주는 잃어버린 마을의 대표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펜션업자에 의해 마을을 끼고 대규모 건축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냄으로써 4·3의 비극적인 상징인 영남마을은 흉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이외에도 잃어버린 마을들과 녹하지 주둔소, 큰넓궤 등 4·3 유적들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가는 것을 늘 목도하고 있다. 평화 프로그램의 가능성 제주4·3의 역사처럼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사건은 한국현대사에 매우 드물다. 따라서 현장에 산재해 있는 4·3유적의 제도적 보호와 함께 4·3평화공원을 매개로한 평화프로그램과 평화 투어리즘의 가능성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탄생한 4·3평화재단과 제주자치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평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함으로써 평화산업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4·3유적지는 반세기전 제주도민들이 몸소 겪은 피어린 역사의 흔적이며 현장에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그러므로 제주 전역에 산재한 유적지를 매개로 한 4·3역사기행은 처절했던 현장에서 역사와 나를 합일시키는 즐거움을 느끼는 일인 것이다. <4·3연구소 이사 osk484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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