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동의 '노을언덕' /사진=김명선기자 주인은 없으나 삶의 향기 가득 넋두리·연인들 사랑의 속삭임 손님들 남긴 메모장만 수천장 '내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의 자유와 평안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우리 모두 바쁘게 살아가지만 이곳에 오신 분들이 맘편하게 노을처럼 곱게 물들어 보시도록 이 공간을 개방하였습니다. 내집처럼 자유롭게 기구들을 사용하시고 개끗하게 제자리에 놓아주십시요.'<중략> 제주시 도두동 해안도로에 있는 무인카페'노을언덕'의 주인장이 벽면에 써서 붙인 문구이다. 이처럼 도내 무인카페를 찾아가면 주인은 온 데 간 데 없이 오롯이 남은 빈자리가 살포시 손님을 맞아준다. 이곳을 찾으면 그동안 오고간 사람들이 남긴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지친 나그네들의 넋두리에서 부터 연인들의 사랑의 속삭임 등 갖가지 사연이 기억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각박한 세상에도 믿음과 양심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과 휴일은 마음의 속박을 벗어 던지고 때묻지 않은 양심을 찾아서 떠나보는 것 도 좋을 듯 싶다.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노을언덕'을 권하고 싶다. 카페 창밖으로 펼쳐진 겨울바다는 한폭의 수채화처럼 겨울의 깊은 서정을 드리워 준다. 제주 특유의 거센 섬 바람이 얼굴을 괴롭히지만 카페안에 들어서면 꽁꽁 얼었던 몸이 저절로 녹아든다. 서귀포 상효동에 있는 '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는 달콤한 허브향과 보기만 해도 행복스러워지는 허브꽃들이 손님을 반긴다. 감귤과 국화·장미·허브 등의 농사를 짓는 정보영(52)·정미숙(50)씨 부부가 농가주택을 손수 개조해 만든 130㎡(약 40평) 규모의 아담한 이 카페는 정씨 부부의 노고가 고스란이 녹아 있다. 이들부부가 10여년동안 한라산 구석구석을 뒤지며 직접 찍은 80여종의 자생란 사진을 만날수 있다. 돌과 나무 하나 하나에도 깊은 정성이 담겨져 있다. 정씨 부부는 "초기 많은 주변사람들이 물건을 분실과 비양심을 우려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찻잔 하나 없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차 재료를 챙겨놓거나 손님 연락으로 차 끓이는 법 등을 알려줄 때 외에는 카페에 나오지 않는다. '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는 앞으로 솔잎 발효차 등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2006년 5월 오픈한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도로변 카페인 '5월의 꽃'도 양심과 믿음이 살아숨쉰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는 곳이다.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이병형(57) 씨는 "그동안 손님들이 남긴 메모지가 수천 장에 이른다"며 "앞으로 메모를 모아 책으로 펴낼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느 손님들이 표현한 사막의 오아시스로 영원히 남고 싶다"고 말했다. 도내 무인 카페는 우리사회의 양심이 살아있는 한 영원할 것이다. 차 한잔 여유속에 客은 주인되고… 노을언덕·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5월의 꽃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있는 무인카페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도두동 해안도로에 위치한 '노을언덕'을 비롯해 '5월의 꽃'(사진 위)과 '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사진 아래) 등으로 매서운 추위속에서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이승철기자 ▷노을언덕=무인카페 '노을언덕'은 제주시 도두동 해안도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카페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기에 좋은 장소이다. 노을언덕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편안하게 놓여 있는 항아리들과 꽃들이 주인대신 손님을 반갑게 맞아준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소박한 나무로 만든 테이블 등 여느 카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인테리어지만 부담없이 한번 찾기에 괜찮다. 커피와 차, 아이스크림, 과자, 주스, 어묵, 쌀국수 등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휴식을 취하고 나갈때는 '맘소리함'이란 돈통에 돈을 넣고 가면 된다. 이곳은 다른 도내 무인카페와 다르게 기본가격을 정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또 방명록을 쓰거나 낙서를 할 수 있는 노트가 있어 이곳을 찾은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지난해 11월 서귀포시 상효동에 문을 연 '시선이 머무는 무인카페'도 객만 있을 뿐 주인이나 종업원이 없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스스로 다기를 챙기고 차를 끓여서 마신 후 정리하고 간다. 1인당 2000원으로 손님이 출입구 옆에 설치한 나무상자에 알아서 넣는다. 카페 벽면에는 80여종의 자생란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자생란 사진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갤러리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곳에서 마실 수 있는 차는 국화·장미·허브·녹차 등 11종류로 대부분 감귤과 국화·장미·허브 농사를 짓고 있는 무인카페의 주인 정보영(53)·정미숙(51)씨 부부가 직접 재배한 차들이다. ▷5월의 꽃=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분재예술원에서 오설록 방면(동쪽)으로 1km쯤 도로변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 들어서면 감미로운 째즈풍 음악과 은은한 커피향이 몸을 감싼다. 또 '낙원을 잃은 때부터 낙원을 찾을 때까지'란 문구가 눈에 띄인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는 무대가 있고 무대 중앙엔 커피와 녹차를 직접 타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를 마신후 다 씻은 커피잔은 원래 있던 자리로 갖다 놓으면 된다. 입구 옆으로 돈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함이 놓여 있다. 내가 산 양심의 무게만큼 값을 지불하면 그만인 것이다. 무인카페 '5월의 꽃'에는 자기가 내고 싶은 만큼만 내면 된다. 여기 온 손님들은 양심을 사러 온 사람들이며, 믿음을 사러 온 사람들이다. 운영 초기에는 양심을 파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양심을 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제는 제주도의 명소가 됐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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