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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법
[이 사람이 사는 법](2)애향·애교심 실천 이종실 교사
영어사전에 담은 고향사랑 모교사랑
조상윤 기자 sycho@hallailbo.co.kr
입력 : 2009. 01.17. 00:00:00

▲이종실 교사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한사전 없이 공부했던 어려운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영어사전을 후배들에게 선물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강경민기자

큰 아들 입학때부터 졸업생들에게 선물
올해로 12년째…"후배들 생각하면 기뻐"


"청소년기의 영어공부는 일생을 좌우합니다. 이 사전으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여 모교와 지역사회의 명예를 높이고 나아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십시오."

제주 오라초등학교 졸업생들의 손에 쥐어지는 영어사전(영한) 속표지에 끼워져 있는 메모지의 문구.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어공부를 위한 지침서인 영한사전을 1997년부터 매년 졸업생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영어교사 이종실(54)씨의 작품이다.

자신을 낳아준 고향과 첫 배움터였던 곳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이씨는 이 학교 15회 졸업생이다.

"태어나서 자란 지역사회에 대한 사랑은 그 터에 대한 사랑이며, 제 근본에 대한 긍지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원에서 나오고 있다"는 다소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의 애향심과 애교심에 대한 철학은 전혀 틀린게 없다.

애향심과 애교심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신광초등학교 인근에 살던 그는 장남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95년 큰 결단을 내렸다. 신광교에 입학시켜도 되는데 굳이 오라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이사를 감행한 것이다.

아내의 완강한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애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후 오라동으로 이사가자는 아내에게 그는 "선진국 소규모 교실 학교를 부러워할 게 아니라 학급당 20명이 채 못되는 그런 학교를 찾아간다고 여겨달라고 설득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차남, 삼남까지 모두 아버지를 이어 오라초등학교를 다니고 졸업했다.

어렵사리 고향에 다시 뿌리를 내린 그는 보다 더 보람된 일을 찾다가 큰 아이가 입학하던 첫해 그해 졸업생들에게 졸업기념품을 주기 시작했다.

오라초등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이씨가 후배들에게 영한사전을 선물하게 된 것은 자신은 물론 동년배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한사전 없이 공부했던 어려운 환경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됐다.

매년 적게는 18명에서부터 많게는 37명의 졸업생들에게 영한사전이 주어져 올해 졸업생 26명을 더하게 되면 299권이 된다.

그의 선물도 세월이 흐르면서 격상(?)됐다. 2004학년도 부터는 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영한사전'으로 바꿨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은 그는 취재에 응하던 도중 근심을 쉬 떨쳐내지 못했다. 자신이 한 일이 알려진 가운데 그 동기가 희석되거나 의도가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학생수가 많아지고 이에 따른 액수가 커지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다"는 그는 "물품을 받고 하나하나 메모지를 끼워 넣으며 포장할 때, 이를 받아들고 좋아할 후배들을 생각하는 그 기쁜 마음은 실제로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강조했다.

제주중등영어교육연구회 회장으로, 모범공무원으로 살아오면서 교사의 기본도 충실한 그는 청소년지도협의회 지도위원 및 마을포제 전사관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병행하며 고향사랑에 정성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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