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상을 떠나 보낸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경야독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유창남 이사장이 학위논문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14년전 사고로 아들 보내며 눈물의 다짐 이 악물고 주경야독… 마침내 학업 성취 "14년전에 사고로 먼저 떠난 아들 앞에서 다짐한 약속을 이제야 지킨거지. 그동안 힘들었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0여년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다음달 박사학위를 받게 되는 유창남(63) 산남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지난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제주상업고등학교(현 제주중앙고)를 졸업한 유 이사장이 다시 손에 펜을 든 것은 지난 1997년. 이때부터 유 이사장은 제주산업정보대를 시작해 제주대학교 경영학과에 편입, 졸업한 뒤 곧바로 제주대 경영대학원 석사·박사 과정까지 무려 12년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니까 이제는 못다했던 공부에 욕심이 생겨서 그랬던 것일까. 유 이사장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1995년이었을 거야. 그때 내가 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교육을 받으러 천안에 갔을 때였어. 어느날 갑자기 집으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서둘러 와보니…." 어떻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하던 유 이사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1995년 5월. 유 이사장의 장남인 경언씨는 대학 축제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경언씨의 나이는 22살. 유 이사장은 장남의 진로에 대해 사진분야를 강요하다시피하며 대학을 선택하게 했던 자신을 원망하며 아들의 입관식날 관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그리고 아들의 마지막 모습 앞에서 "네가 이루지 못한 공부를 내가 대신, 그것도 할 수 있는 최고봉까지 이뤄주겠다"며 눈물의 다짐을 했다. 이때부터 유 이사장의 아들과의 '마지막 약속 지키기'가 시작된 것이다. 유 이사장은 대학·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새벽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콩나물 배달을 하고 낮에는 자신이 맡은 이사장 업무를 수행한 뒤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향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하루도 쉬지 않고 학교에 가서 자식같은 아이들과 공부를 하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들과의 약속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학업에 정진했다. 유 이사장은 "난 대학을 작은 아들과 같이 다닌 셈이야. 아들녀석 도움을 많이 받았지. 그동안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털어놨다. 유 이사장은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한다.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도 "너무 주위를 의식하는 것 같다. 리어카를 끌면 어떻고 노점상을 하면 어떠냐. 가족을 위하는 마음과 앞으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충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제 꿈이 있다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힘들었던 역경을 극복해왔던 경험으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유 이사장.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여년동안 노력해 온 이 사람이 살아가는 새로운 이유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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