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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20)]생태계(상)
서귀포자연휴양림~물찻오름~관음사~거린사슴
한라산 숲길 걷는 곳 마다 '생태계 곳간' 진가 재확인
입력 : 2009. 09.10. 00:00:00

▲제주도산악연맹과 한라일보가 공동 전개중인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결과 1100도로변 서귀포휴양림에서 어점이악~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수악계곡~5·16도로변까지 20km를 연속해 이어진 동백나무 벨트를 확인했다.(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환상숲길에서 만난 삼나무숲. /사진=강경민기자

서귀포휴양림~수악계곡 20여km '동백벨트'
시오름 일대 편백·삼나무숲 '숲치유'에 최적
500년 붉가시나무· 우량 소나무군락 재조명
1100도로 인근 '숨은물 뱅듸' 생태관광자원


한라산 허리를 관통하는 '환상숲길'에서는 한라산 숲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생태계의 보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환상숲길이기도 하다. 환상숲길의 생태계는 자연휴양림과 제주시험림 등을 통해 일부 알려져 있지만 많은 공간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 동백벨트

제1코스인 서귀포자연휴양림을 벗어나 숲길에 들어서면 천연 동백나무 군락지가 20여km에 걸쳐 '동백벨트'를 이룬다. 이 '동백벨트'는 국내 최대규모이며 학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생태관광상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여서 생태적 가치 규명과 자원화를 위한 체계적인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동백벨트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어점이악~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수악계곡~5·16도로변까지 약 20km를 연속해 이어지는 것으로 탐사결과 확인됐다. 한라산 해발 700m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동백벨트'는 서귀포시 서부지역인 도순천 중상류지류에서 동홍, 상효, 남원읍 신례지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백나무 자생지 하면 대부분 선운사, 거문도, 오동도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은 이 나무가 제주도 한라산 난대림 지역에 대표적인 수종이란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동백벨트' 구역에는 졸참나무, 붉가시나무, 개서나무 등 활엽수림이 섞여 혼효림을 이루는 지역이다. 상록활엽수림에서 많이 분포하는 우점 수종은 붉가시나무라는 사실이 자주 확인된다. 붉가시나무는 수형이 웅장하고 수간이 똑바르게 자라 목재가치가 뛰어난 수종이다. 특히 이산화탄소의 주범인 탄소 흡수력이 좋아 조림수종으로 가치가 뛰어나다.

수악계곡 인근 5·16도로변에는 우량 붉가시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 남사면인 이 구간에서는 수령이 500년 이상인 고목이 집단 분포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에 분포하는 고령의 붉가시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할 정도다. 둘레 5m, 직경이 1.5m인 이 붉가시나무는 속이 일정부분 비어 있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다.

# 우량 편백·삼나무·소나무숲

한라산 남사면 환상숲길에는 우량 편백·삼나무숲을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 서호·호근동, 서홍·동홍동 산간의 시오름~제주시험림에 이르는 해발 700m 일대 국유림 지역에 국내 최대규모의 우량 편백·삼나무숲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 편백·삼나무림은 조림된지 60~70여년 된 인공림이다. 학계에서는 이 삼나무·편백숲은 남원읍 한남리 제주시험림내 삼나무숲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우량한 숲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숲은 그동안 현지 주민과 임업인들을 제외한 일반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품숲으로서 숲길 체험과 자원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남아있는 숲 규모, 자원 가치, 활용 방안에 대한 종합조사와 숲관리 대책이 함께 요구된다.

제주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전체 입목지 6만4755㏊ 가운데 소나무 임지는 국립공원구역을 포함해 1만7132㏊로 26%를 차지한다. 그만큼 소나무가 제주 산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환상숲길' 탐사구간에도 우량 소나무림이 분포한다. 환상숲길에서 만나는 소나무림은 숲길의 품격을 한껏 높여준다. 한라산에 분포하는 소나무림은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金剛松)'에 버금가는 목재적 가치뿐만 아니라 유전자원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서귀포자연휴양림~5·16도로변 수악계곡 해발 600~700m 일대 한라산 남사면에도 우량 소나무림이 집중 분포해 있는 사실이 탐사결과 확인됐다. 특히 서귀포 선돌 상류에 우량 소나무림이 광활한 면적에 벨트를 형성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밀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소나무숲의 보존은 물론 이를 주민소득과 지역발전의 원천으로 삼으려는 당국과 마을의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른바 소나무 가치의 재발견이다.

환상숲길에서는 한라생태숲 인근 왕벚나무 천연기념물(제159호) 자생지를 둘러볼 수 있다. 왕벚나무는 제주가 특산인 식물로 세계에 내놓아 자랑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고유 수종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제주에는 벚나무 빗자루병이 확산되면서 5·16도로변에 심은 벚나무들이 잘려져나가고 있다. 빗자루병은 한라산 자생지로 번지고 있어 산림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 1100도로 숨은물 뱅듸

노로오름과 삼형제 족은오름 일대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고산습지가 분포한다. 속칭 '숨은물 뱅듸'다. 한라산 국립공원을 포함한 고산지대에는 많은 습지가 분포한다. '숨은물 뱅듸'는 한라산 중턱 해발 1000고지 일대 삼형제오름 자락에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고산습지다. '숨은물 뱅듸'는 삼형제오름, 노로오름, 살핀오름 중앙에 위치해 있다. 검뱅듸, 오작지왓이라고도 불린다. '뱅듸'는 넓은 들판을 뜻한다.

제주자치도는 '숨은물 뱅듸' 일대 100만㎡에 대한 보전 및 생태관광자원화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전액 국비로 50억원을 투입해 기반·이용시설을 구축하고 산림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습지의 보전·이용과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숨은물 뱅듸' 구상은 국내 최대규모의 고산습지 보전·이용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한라산 숲길은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고 먹이자원이나 은신처가 양호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에게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상록수림이나 침엽수림보다는 둘 다 혼재하는 혼효림이 야생동물에게 좋은 서식공간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연사박물관 김완병 연구사는 "숲을 구성하는 식생의 계층적 구조가 복잡할수록 다양한 야생동물이 이용할 수 있고, 번식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숲의 자원인 야생 조류는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에 해당되므로 식물의 종자 확산과 꽃가루 운반 등 숲 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 면에서 한라산 환상 숲길은 숲의 천이과정 속에서 야생동물의 생태학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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