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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 박물관 순례Ⅱ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19)여미지식물원
꽃과 나무 닮은 치유의 공간으로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9. 09.17. 00:00:00

▲올해 처음 마련된 '여미지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한 강익중씨의 작품이 유리온실 중앙에 인상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개원 20주년을 맞은 서귀포시 여미지식물원은 '예술 정원'으로 거듭날 꿈을 키우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올해 개원 20주년 '예술같은 정원'으로 새출발 모색

유리온실 야외 조성된 각국 정원은 식물원의 경쟁력



수련이 피어난 물 위의 정자에 멈춰섰다. 가을로 향하는 길목의 햇살은 여전히 짙었다. 바람이 얼굴위를 스쳤다. 도로 위를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아니었다면 고궁의 뒤뜰에 앉아있단 생각을 했을 게다. 이름난 호텔들이 '육지'에서 찾아든 이방인들을 반기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그곳에 여미지식물원이 있다. 우리의 궁궐양식을 끌어온 '한국정원'에서 잠시 쉼표를 찍었다.

20년전 생겨난 식물원은 문어 모양을 닮은 유리온실로 일찍부터 유명세를 탔다. 해바라기 꽃잎 모양으로 설계된 식물원이지만 그 외형이 문어 같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1992년 한국기네스협회에서 인정한 '동양 최대 온실'인 이곳은 주인이 몇차례 바뀌었다. 계우개발이 1989년 여미지식물원을 개원했지만 회사 사정으로 1997년엔 서울시가 운영을 맡게 됐다. 그러다 2005년 4월 부국개발주식회사가 인수해 지금에 이른다.

스무해 시간동안 식물원의 꽃과 나무, 풀은 사람살이처럼 변화를 겪었다. 온실안의 식물은 천장을 뚫을 듯 하늘로 치솟아 있고, 야외의 꽃과 나무도 다투어 자라났다. 112397㎡(3만4000평) 크기의 면적에 2300여종의 식물이 실내외에 숨쉬고 있다. 식물원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게으른 표시가 확연히 드러난다. 빽빽하게 자란 나무를 뽑아주며 숨길을 내주거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종류의 식물을 심느라 늘 바쁘다. 그간 식물원에서 뽑혀나온 수억원어치 나무들은 서귀포시, 전남 광주와 광양시에 기증했다.

여미지하면 유리 온실이 먼저 떠오른다. 꽃의 정원, 물의 정원, 선인장 정원, 열대 정원, 열대 과수원 등을 테마로 1년 내내 이국풍의 꽃이 피고 진다. 바깥에는 일본 정원, 한국 정원, 제주자생식물원, 프랑스 정원, 이탈리아 정원, 허브 정원 등이 조성됐다.

관람객의 70~80%는 온실만 보고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하지만 온실은 식물원의 1/10에 불과하다. 식물원측은 로마 근교의 오바타 분수를 재현해놓거나 젠스타일의 고산수 정원을 옮겨놓은 옥외 정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국개발이 운영을 맡은 이후 일본정원, 한국정원을 '정원답게' 손봤고 나머지도 차례로 단장할 계획이다.

'오, 아름다운 땅'이란 뜻의 여미지(如美地)에선 이즈음 '아트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한라산, 마라도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부근에 설치된 강익중의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천제연 폭포'등 10점이 식물원 곳곳에 흩어졌다. 2년마다 한번씩 치러질 여미지 아트프로젝트는 식물원을 예술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남상규 대표이사의 바람이 녹아있다.

문화예술계 인맥이 두터운 남 대표는 "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함께 사랑하는 곳으로 발전해나가고자 한다"며 "살아가는 동안 겪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나무와 꽃, 풀들 곁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는 명상의 장소,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북돋아주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www.yeomiji.or.kr. 73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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