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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행]제주 전통풍습 벌초
"자손들 모여 벌초하면서 조상의 음덕 기려요"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입력 : 2009. 09.19. 00:00:00
음력 8월 초하루 전후로 집안마다 모둠벌초 행렬
출향인도 휴일 맞춰 동참…도민들 항공요금 할인

예초기 사고·벌·야생독버섯 등 각별한 주의 필요


제주도의 벌초문화는 유별나다. 다른지방에선 추석 명절날 차례를 지낸 다음에 성묘를 하지만 예부터 제주에선 추석 전에 벌초를 마친다.

벌초는 보통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음력 8월1일을 전후한 주말과 휴일에 하는데, 중산간 곳곳마다 벌초객들이 넘쳐나며 진풍경을 연출한다. 벌초객들이 빠져나간 도심은 차량통행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한산할 정도다.

고향을 떠나서 생활하는 출향인들도 벌초행렬에서 예외일 수 없다. 보통 휴일을 이용해 이뤄지는 가족벌초엔 서울 등 다른지방에서 생활하는 이들도 참석한다. 때문에 벌초가 절정을 이루는 휴일 제주 항공편은 일찌감치 바닥이 나고, 특정 항공사에선 이 기간에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항공요금을 더 깎아주기도 한다. 재일교포들도 이맘때면 벌초를 위해 고향을 찾는다.

도내 상당수 학교에서도 자율적으로 음력 8월1일엔 '벌초방학'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조상의 묘가 어디 있는지 알고, 제주의 고유풍습인 벌초를 체험하면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벌초는 집안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가족벌초'에 이어 4대조 묘까지 손질하는 '모둠(합동) 벌초'까지 이틀에 걸쳐 조상의 묘를 손질한다. 벌초할 묘가 많으면 며칠에 걸쳐 이뤄지기도 한다. '식게 아니혼 건 놈 모르곡, 소분 아니혼 건 놈이 안다'(제사 않은 것은 남 모르고, 소분(벌초) 아니한 것은 남이 안다)는 제주속담은 제주사람들이 이맘때쯤 하는 벌초를 얼마나 중요한 일로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조상묘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은 큰 불효로 쳤다.

이렇듯 벌초행렬로 도 전역이 들썩이다 보니 벌초와 관련한 크고작은 사고도 빈발한다. 날카로운 예초기 날에 상처를 입거나 벌쏘임과 뱀에 물리는 일, 독버섯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그것이다.

소방방재청은 지난 17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객이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날이 날카로운 예초기는 돌 등에 부딪치면 날이 깨져 신체의 일부를 벨 수 있으므로 접근을 피하고, 작업 전에 주변환경을 살펴 돌 등이 있으면 치우고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벌쏘임도 많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중 하나. 특히 밝은 색상의 옷을 입거나 짙은 향수, 화장시 벌떼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은 벌초를 할 때는 긴 막대기 등을 이용해 반드시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벌에 쏘였을 때는 딱딱한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벌침을 뽑아낸뒤 얼음찜질을 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아직 한낮엔 햇볕이 따갑지만 가을철 발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증 감염을 막기 위해 벌초할 땐 꼭 긴소매옷을 입는 게 좋다.

산에서 눈에 띄는 버섯도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한 가지다. 식용버섯과 독버섯은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심코 채취해서 식용했다간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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