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선행을 실천해온 이명구씨는 "없는 사람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법"이라며 나름의 철학을 털어놨다. /사진=강희만기자 술·담배 않고 한푼 두푼 아끼며 모아 매년 도움 필요한 곳에 적잖게 기탁 제주시 도두동에 살고 있는 이명구(62)씨. 이씨는 아내(56)와 함께 오일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며 두 아들을 키운 전형적인 '보통사람'이다. 경기도 수원이 고향인 이씨가 제주에 온 것은 35년전. 당시 제주에서 건축일을 하며 회사를 다녔다. 이때부터 보통사람 이씨의 '30년동안 이웃돕기'가 시작됐다. 이씨가 이웃돕기를 시작한 것은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나서면서부터다. 이후 결혼을 하고 당시 500원 정도 하던 봉사후원계좌를 만들어 돈을 넣기 시작했다. "그때는 내가 지금까지 이웃을 찾아다니고 후원금을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이때부터 이씨의 남모를 선행이 시작된 것. 이씨는 먼저 살고 있는 동네부터 시작했다. 홀로사는 어르신과 소년소녀가장, 그리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녔다. 말 벗이 되어드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매달 한차례 이상씩 이웃들을 방문해 어르신들이 식사는 거르지 않는지, 아이들은 잘 먹고 있는지, 다른 부족한 것들은 없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지으면서부터는 그 수를 늘려 14개 가구를 매달 방문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이씨의 이같은 활동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1999년12월에는 MBC의 간판프로였던 '칭찬합시다'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뽑혔다는 얘길 듣고 촬영하는 날 집에 일부러 늦게 들어갔어. 그런데 나갈 이유도 없거니와 내가 한 일을 굳이 외부에 알리고 싶지도 않았는데 밤늦게까지 촬영팀이 기다려서 어쩔 수 없이 응했었지." 15년전쯤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지금은 왼쪽 눈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씨는 3년전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기 보다 매년 관공서에 수백만원대의 물품 기탁으로 대신하고 있다. 매달 1회 이상 후원하는 집을 찾기로 자신과 약속한 이씨가 시간이 갈수록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형편이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매년 500만~600만원씩이나 기탁할 수 있을까. 이씨는 "아내의 도움이 없으면 안되지. 기부·기탁도 아내가 생각하고 난 그냥 몸으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며 "돈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이 벌려고 기를 쓰지만 나처럼 없는 사람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씨의 작은 아들(28)에 의하면 이씨의 하루 용돈은 2000~3000원도 안된다. 집에서 먹는 밥의 반찬도 기본적인 세가지 뿐이다. 게다가 오일장을 따라다니다 보니 '별을 보며' 집에서 나가 '별을 보며' 돌아오는 생활속에 하루 세끼 먹기도 빠듯하다. 결국 자신은 술도 담배도 안하며 조금씩 조금씩 모아 더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최근에 신문을 보면 수백억~수천억원대 재산을 남기면 자식들끼리 싸움이 나던데 나는 물려줄 것도 없거니와 있어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 내가 자식들에게 준게 있다면 낳고, 먹이고, 키워준 것이고 남겨줄 게 있다면 이 일뿐"이라며 "내 나이를 생각할 때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이후에는 아들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말을 맺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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