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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신화 이젠 대중속으로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09. 12.01. 00:00:00
지역 창작품 발굴 지원으로
제주신화 활용 환경 조성을
제주굿 중요성 체감할 기회


"제주도 본풀이를 잘 모릅니다만…." 2009제주도본풀이 학술대회 발제자로 참여한 어느 학자는 그렇게 운을 뗐다.

제주어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본풀이를 굿의 현장에서 직접 채록할 수 있는 '육지' 학자들이 흔치 않아서 나온 말일 게다. 이는 제주도 본풀이 연구가 아직 제주 안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면서, 굿이 살아있는 마지막 지역인 제주도로 눈길을 돌리는 다른 곳의 학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다.

지난달 27~28일 이틀동안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주최로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 제주도 본풀이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근래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것이 제주도 굿과 신화에 대한 관심을 지필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그같은 점이 지적됐다.

허남춘 탐라문화연구소장은 굿과 신화가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임에도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발굴 보고서는 중요한 줄 알면서 구비문학의 기록화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신화 연구자에 대한 재정 지원도 거의 미비한 실정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굿을 관장하는 심방의 숫자가 매년 줄고 있다. 굿을 찾는 도민들도 감소 추세로 나이가 대개 50~60대 이상이다. 그는 앞으로 10년 뒤면 구연되는 살아있는 신화를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본풀이의 가치가 정량적으로 환산되지 않기에 중요성을 인지시키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지금도 날이 다르게 사라져가는 본풀이 현장을 조사해 아카이빙을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시에 이어 서귀포시의 신당 조사를 마무리지었다. 이번 조사에서 적지 않은 수의 신당이 멸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굿과 신화는 제주섬 전통문화를 이루는 주요 뼈대지만 전승 기반이 허약하다. 제주큰굿만 해도 제대로 재현되는 사례가 드물다. 제주도문화재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종목이 이런 현실이다.

제주굿이 언제 이 땅에서 사라질지 짐작하기 어렵다면 이를 활용한 작업을 북돋우는 일이 시급해보인다. 제주신화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로 무대를 이어가고, 문학작품을 펼쳐놓는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지원하는 일이 그중 하나다.

전국 공모를 통해 신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에서 창작된 제주신화 소재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화 한편을 읽고, 공연을 한번쯤 관람해도 제주신화는 또다른 방식으로 전승될 수 있다.

어느 단체에선 청소년 신화 구연대회를 계획중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제주신화를 모른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제주굿과 신화의 중요성이 학자들 사이에 회자되면서도 그것이 자꾸 대중과 멀어지는 것 같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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