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끼 공양만으로 살아가는 고순녀 옹은 "나를 욕쟁이로만 알지 욕을 곧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흔치 않다"며 욕은 바른 말임을 강조한다. /사진=강경민기자 하루 한끼만 공양하는 초절의 삶 아낀 축원금으로 불우이웃 도와 적막감이 흐르던 암자가 '욕쟁이 할머니'의 역정내는 소리로 한때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제주시절물휴양림 약수암의 우바니 대각심 고순녀(88)옹은 지난 3일 오전 눈비를 맞으며 찾아간 취재진을 돌아가라고 생야단이다. 대각심은 고옹의 법명이다. '우바니(優婆夷)'는 '우바이'라고 달리 말하며 출가하지 않고 부처의 제자가 된 여자를 칭한다. 약수암에 들어서자마자 '임신해 놓고 인공유산했던 여자', '인공유산 찬성하고 함께 한 남자', '팔을 뒤로 해서 뒷짐지고 걷는 이', '담배 피는 사람'은 '이 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사람들의 발길을 가로 막았다. 휴양림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법당에 들어선 후 불상에 예를 다하고 무릎을 꿇은 이후에야 고옹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냈다. 그런 꼬장꼬장함이 고옹을 50년 넘게 산속생활을 견디게 한 힘이라 가히 짐작됐다. 52년전 부처의 뜻을 깨닫기 위해 초절(超絶)의 삶을 살고 있는 고옹. 하루에 한끼 공양만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축원금 가운데 하루 1000~2000원씩 모아 벌써 4000만원을 도내 결식아동 급식비와 도서구입비로 내놓은 고옹의 절제된 삶. 그 속에는 세상에 대한 독선이 곧 우리에게 참된 가르침을 역설하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살라 불쌍한 아이들을 도우는 것이 고옹에게는 '도'를 닦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절대 때리지 마라. 욕하지도 말고 착하다고 칭찬하며 기를 세워줘야 돼. 그래야 사회가 곧고, 나랏일을 할 수 있는 거야." "욕은 바른 말이야. 평민들은 잘 몰라. 나를 욕쟁이로만 알지 욕을 곧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흔치 않아. 그래서 빈천한거야." 고옹은 "식사는 제때 하시느냐"는 질문에 "밥이야 먹지. 예전에는 '석가모니불'을 하루 1만5000번이나 외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1만번 정도로 줄었어"라는 말로 대신했다. 매일 오전 11시 밥과 채소, 메밀가루를 넣은 된장국이 고옹의 식사 전부다. "하루 2~3개의 드링크를 마시지. 3시간 이상되는 제를 올리기전에는 나물국물만 떠먹고 기력을 보충한다"고 했다. 이런 고옹의 삶은 조용헌의 책 '방외지사-우리시대 삶의 고수들'(정신세계원)에 실리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책 내용에는 도력을 시험하기 위해 독버섯 한솥을 달여 먹었다는 고옹의 일화가 담겨 있다. 이처럼 고옹의 굴곡진 삶은 고향 제주시 구좌읍 하도를 거쳐 조천읍 신흥에서 시작됐다. 당시 16살의 나이에 아파서 굿을 했고 타향살이를 하는 팔자라는 말을 듣고 집을 나섰다. 신흥리에서 해녀일을 하던 고옹은 자신의 업보를 벗기 위해 "100만년이 걸린다는 말에 해탈하기 위해 주저없이 집을 나섰다"고 했다. 이후 해인사와 인천, 부산 등지를 오가던 고옹은 "해인사에서 새벽 3시 염불 하던중 땅속에서 '여기도 못산다'는 말을 듣고 제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제주에 내려와 겨울이면 3개월 동안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생활하는 삶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일을 마치고 나오며 예를 갖추는 과정에서도 또한번 역정을 들었다. 할머니는 예를 올리는 일행중 한명의 손을 목탁채로 내리치며 "네가 부처를 올릴 자격이 되냐"며 호통쳤다. 미수의 나이에 고옹의 삶은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깨우침의 메아리를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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