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근섭 전 양산시장이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의 원인은 시장 선거를 치르면서 빌린 60억원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24억원의 뇌물을 받고 부동산 개발 청탁을 들어준 것이다. 오 전 시장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당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들이 수십억원의 직간접적인 선거비용을 쓰고 당선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선거가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지방선거는 여전히 '돈 먹는 하마' 역할을 하는 게 사실이다. 2004년 공직선거법이 강화됐지만 음성적으로 엄청난 선거자금이 지출되면서 선거빚이 단체장의 뇌물수수와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 가운데 각종 비리 혐의로 물러난 사람만 3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 6월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시ㆍ도지사 후보의 평균 법정선거비용을 15억 6,250만원으로 제한했다. 기초단체장 후보의 법정선거비용은 1억 5,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이 선거기간 쓰는 돈은 법정비용보다 최소 2배 이상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06년 양산시장 선거의 경우 법정선거비용은 1억 4,400만원이었는데, 2004년 보선 당선 이후 선거자금으로 60억원 가량을 빌린 오 전 시장은 당시 9,179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 선거에서 한 도지사 당선자는 5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말이 있다"며 "수도권보다는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선거자금이 더 들어간다"고 전했다. 다른 인사도 "광역단체장선거의 경우 국회의원 지역구당 5억~10억원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지방선거 후보가 사실상의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낼 경우에는 선거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는 한 인사는 "일부 지역에서 군의원과 도의원 후보는 1억~3억원을, 군수 후보는 3억~5억원 정도를 국회의원에게 줘야 공천을 보장받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한 인사는 "지난 선거 때 한 선배가 공천을 받은 뒤 지역 사무실로 내려가자 선거브로커가 찾아와 유권자명단을 보여주면서 선거운동 비용으로 7억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직접 유권자에게 돈을 뿌리는 경우는 줄었지만 비공식 선거운동원의 활동비와 유권자 접대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산악회, 향우회, 종친회, 학교 동창모임 등 모임들을 가동하고 거기에서 술과 밥을 제공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또 각 읍ㆍ면ㆍ동 단위에 비공식 선거운동원을 심어놓은 뒤 교통비와 식대 명목으로 하루 2만원 가량의 활동비를 은밀히 지급한다. 과거에는 5만원이었지만 그나마 최근에는 줄었다고 한다.[한국일보]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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