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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4·3미술제의 궁색한 탈락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3.02. 00:00:00
문예회관 우선 전시대관 빠져
"평화기념관 생겼으니 그곳서"
4·3알리기 대중성 확보 외면

제주도문예회관은 제주에서 가장 대중적인 문화공간일 것이다. 공연을 보고 전시 관람하는 일을 거북살스러워 하는 이들도 문예회관을 한번쯤 방문했던 기억이 있을 게다.

실제 문예회관 전시실을 찾으면 늘상 관람객들이 있다. 1988년 문을 열어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며 지역의 전시 문화를 이끌어왔으니 그만한 인지도를 가질 만 하다.

이 때문인지 문예회관은 전시회를 준비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선호하는 공간으로 연중 놀리는 날 없이 가동된다. 미술 동네에서는 문예회관에 대관 신청서를 내고 난뒤 탈락하면 갤러리 등 다른 전시 공간을 물색하곤 한다.

문예회관에서 우선 대관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이 공간에 대한 미술계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대관은 몇몇 전시에 한해 단체들이 일정을 고민하지 않고 장소를 선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문예회관을 운영하는 제주도문화진흥본부는 자체 우선 전시대관 대상을 마련해 매년 관련 단체에 '혜택'을 주고 있다.

최근 4·3미술제가 우선 전시 대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4·3문화예술제의 하나로 탐라미술인협회가 주관을 맡아 15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전시다.

제외된 이유는 두가지였다. 그 하나는 제주시 봉개동에 4·3평화기념관이 문을 열었다는 것. 문예회관측은 4·3미술제를 거기서 치르면 된다고 했다. 또다른 하나는 두 단체 이상이 참여하는 종합 전시는 우선 대관할 수 있지만 4·3미술제는 탐미협의 회원전인 탓에 그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거였다.

4·3미술제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어느 자료집엔 문예회관에 얽힌 사연이 나온다. '닫힌 가슴을 열며'를 주제로 문예회관에서 열린 첫 4·3미술제에서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놓고 철거 해프닝이 있었다. 두번째 4·3미술제는 문예회관에서 대관을 꺼려 세종갤러리로 장소를 옮겼다.

다시 4·3미술제가 문예회관을 떠난다. 사설 화랑에 견준 문예회관의 역할을 떠올려 볼때 이번 일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4·3평화기념관에서만 4·3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예회관이 먼저 나서서 4·3 추모 기간에 대중들이 좀 더 가깝게 4·3미술제를 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는 없을까. 탐미협의 주장대로 특정 단체를 뛰어넘어 각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4·3미술제를 기획할 수도 있지 않나.

올해 문예회관 초청 전시를 제외한 우선 전시대관 대상은 11건에 이른다. 초청 전시까지 합치면 더 많아진다. 우선 전시대관 대상에 포함된 십수건의 행사에 비해 4·3미술제는 그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 것일까. 문예회관이 제주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위상을 높여가는 만큼 이곳의 전시도 그만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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