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때문에 제주사회도 모이면 선거판 얘기가 한창인 지난 주말 짬을 내 전남의 완도, 해남 일대를 찾았다. 해상왕 장보고와 '어부사시가' 등 조선시대 시가문학을 꽃피운 문인 고산 윤선도의 행적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들의 행적을 전시한 기념관을 통해 그 지역 자치단체가 어떻게 자원으로 활용하는가도 더불어 보고, 듣고 싶었다. 최인호의 역사소설 '해신'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장보고의 발자취는 완도읍내에 골고루 퍼져 있다. 완도읍에는 2년전 문을 연 장보고 기념관이 있으며 주변에는 장보고 공원도 있다. 기념관에는 그의 유물과 흔적들을 테마별로 나누어 상설전시하고 있다. 완도를 거슬러 윤선도의 고택으로 향했다. 바람부는 날이면 집 울타리 너머 비자나무 숲 우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들리는 집, 그래서 사랑채 이름이 녹우당(綠雨堂)으로 지어진 집이다. 윤선도의 고택 바로 옆에는 윤선도 기념관이 내방객을 맞는다. 기념관 안에는 윤선도는 물론 해남 윤씨 일가의 유적들이 전시돼 있다. 윤선도의 고택과 기념관에는 방문객들이 끊이질 않는다. 눈을 돌려 제주를 생각했다. 제주에는 많은 역사문화자원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섬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도 한다. 제주는 품격높은 1000만 문화관광시대에 도전하고 있다. '창조도시'와 '창의적 문화콘텐츠'를 실용화해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구호처럼 들린다. 조선시대 제주의 목축문화를 상징하는 유물이자, 그 길이가 60km에 이르는 제주잣성, 세계자연유산의 실체를 보여주었던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이야기, 그리고 제주학 연구의 기틀을 다졌던 '나비박사' 석주명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흔히 구도와 현안, 정책을 꼽는다. 이 가운데 정책의 선거 흡입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세기를 문화와 환경의 시대라 한다. 특별자치도 2기를 이끌어나갈 차기 제주지사는 문화와 환경에 대한 가치관과 비전, 그리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기대한다. 그들의 공약속에 적어도 제주잣성과 돌담,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이야기, 나비박사 석주명공원, 제주시 원도심 문화의거리까지 담아낼 수 있는 있으면 더욱 좋겠다.<강시영 정치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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