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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손발 안맞는 '자부담' 방침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3.16. 00:00:00
기금 투명성 높이려 자부담
원칙 정한 기관이 먼저 어겨
'기간문예사업'도 논란 일어

예술 기금의 자체 부담 비율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어제(15일)자 문화면에서 다뤘듯, 제주예총 회원 단체장이 참여한 이사회가 제주문화예술육성사업과 '찾아가는 문화활동' 자부담 비율을 낮추라고 목청을 높인 일과 관련해서다.

제주도의 민간 보조금이나 각종 예술기금을 활용해 사업을 벌이는 단체나 개인이라면 자체 비용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에 손을 내저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인다며 자부담 비율을 정했지만 제 돈을 덜 쓰며 공연이나 전시를 하고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다할 이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이번 일은 몇가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우선 제주도의 행보다. 제주도 민간 보조금의 경우 올해부터 50% 자부담 방침을 세웠지만 문화예술분야는 '열악한' 단체 실정을 고려해 예외로 뒀다. 90건에 이르는 사업의 자부담 비율을 대부분 10%로 내렸다. 제주예총의 탐라문화제, 제주민예총의 4·3문화예술축전 같은 행사는 자체부담액을 두지 않기로 했다.

제주도가 지역 문화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애써 내색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문화예술육성사업이 이미 전체 사업비의 30% 이상을 자부담해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계에서 각종 보조금이나 기금의 자부담 비율 형평성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을 예견했다면 제주문예재단과 미리 협의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의 결정은 도내 예술기금 운용방식에 혼란을 안겼다.

제주문예재단은 이번에 자체 부담 명문화, 정산 방식이 달라지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사업 설명회를 좀 더 꼼꼼히 시행하는 게 나았다. 수일에 걸쳐 장르별 간담회를 갖는 등 지역 문화계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제주예총은 어떤가. 문화예술육성사업에 대한 일부의 불만이 더해졌겠지만 이른바 '기간문예사업'지원이 발단이 됐다. 기간문예사업 명목으로 수년전부터 제주문예진흥기금 공모시 제주예총, 제주민예총, 서귀포예총 등 총괄 단체 3곳에 매해 수천만원씩 지원해왔다. 올해는 제주예총과 민예총에게 각 3400만원, 서귀포예총에 2300만원을 지원한다. 제주예총은 창립 기념행사에 쓸 지원금 3400만원을 포함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자체부담액 마련에 난감해했고 이것이 자부담 비율 인하 논의로 모아졌다.

일각에선 이들 3개 단체의 기간문예사업에 한해 자부담 비율을 '낮춰주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기금 최종 심의를 하는 제주문예재단 이사회를 통과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소리도 들린다. 특혜의 소지가 있었던 기간문예사업 지원이 결국 해당 단체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이래저래 논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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