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가장 넓은 못… 육각정 등도 볼거리 올레 원형 고스란히 간직한 돌담길 운치 더해 시원하게 뚫린 서회선 일주도로를 달린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5분 가량을 달리다보면 고내봉이 먼저 마중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파릇한 보리싹들이 청량감을 더한다. 길가에 키맞춰 돋아난 하얀 냉이꽃도 정겹다. 바람의 길을 따라 고내봉을 지나면 하가리 마을 입구에는 수백년동안 자리를 지켜온 팽나무가 수문장처럼 서 있다. 그 옆으로 제주에서 가장 넓은 연화못이 호수처럼 맞이한다. 똑. 똑. 목이 꺾인 연밥들이 무리지어 물가를 맴돌고 있다. 봄기운을 가득 받은 연잎도 앞다퉈 돋아나고 있다. 개구리밥인 연초록 부평초도 작은 연못을 가득 채웠다. 물가에 발을 담근 능수버들과 갈대도 낭창거리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좁쌀만한 꽃들과 솜털옷을 입은 버들강아지도 봄바람처럼 정겹다. 연화못 둘레에는 나무와 돌로 단장된 산책로가 있다. 못 가운데 들어선 육각정도 운치를 더한다. 나무로된 산책로를 걷다보면 마치 배를 타고 물위를 달리는 착각에 빠진다. 잠시 쉬면서 고내봉과 주변 보리밭, 양배추밭, 그리고 노란꽃이 무리지어 피어난 브로콜리 등등. 봄기운이 들녘에 가득하다. 개나리와 매화, 벚꽃이 만개하고 허브의 하나인 로즈마리의 보라빛 꽃에 눈이 즐겁다. 새끼손톱만큼 자란 청매실도 앙증맞다. 청매실 같은 더럭분교 1학년 단짝인 이은서와 윤혜정 어린이가 학교를 마치고 연화못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간다. 마을과 학교 사이에 연화못이 있다. 매일 친구의 손을 잡고 다는 등·하굣길인 셈이다. ▲제주에서 가장 넓은 못인 연화못이 있는 하가리는 돌담길의 운치와 더불어 사연이 깃든 더럭분교 등이 있어 찾는 이들에게는 방문의 기쁨을 더해 준다. /사진=강희만기자 "여름에 연꽃이 피면 부모님께 꺾어다드려요. 매일 다니는 곳이고 놀이터죠. 여름이면 전교생이 연화못으로 놀러와요." 둘은 재잘거리면서 옆집 개에게도 "안녕"하며 인사를 건낸다. 시원스런 한줄기 바람이 물가에 스치며 자신의 흔적을 새긴다. 찰랑이는 물위로 아이 얼굴만한 연잎이 새로 돋아났다. 여름이면 피워낼 연꽃을 위해 한줌 햇살을 받고 있다. 버드나무 가지가 길게 늘어져 이를 지나는 사람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나무들이 돌담 틈으로 강한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다. 연화못을 둘러보고 하가리 마을로 들어섰다. 바람에 감기듯 들어선 돌담길이 제주의 전형적인 멋을 드러낸다. 바람에 떠밀리며 마을로 들어설수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묘한 기분이 든다. 수백년된 팽나무 수십그루와 해송 등도 객들에게 지나온 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봄볕.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연화못의 모습이 오래도록 남는다. 연화못과 돌담길 ▶연화못=제주 제1의 봉천수다. 넓이만 1만2474㎡으로 여름이면 연꽃과 수련이 만발하다. 다양한 각종 수생식물을 비롯한 소금쟁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고려 충렬왕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연못 한가운데 야적(세도가라는 기록도 있다)이 기화집을 짓고 살면서 주민을 약탈했다. 이에 관군이 출동해 야적을 소탕했다. 17세기 중엽 대대적인 수리공사를 통해 지금 모습을 갖췄다. 못 가운데 있는 육각정과 목재 산책로 등은 2006년 공사비 2억5000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생태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더럭분교=하가리 연화못 인근 남쪽에 있는 정감가는 학교다. 특히 제주4·3사건 당시 아픔을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하가공민학교로 인가를 받고 설립됐다. 이후 1948년 11월 무장대를 토벌하기 위해 서북청년단과 경찰이 마을에 주둔했다. 무장대 토벌과정에서 군인들도 머물렀다. 이를 발단으로 1949년 2월5일 무장대의 공격을 받았다. 학교가 전소되고 토벌대가 무장대 공격의 책임을 물어 당시 교감을 총살했다. 학교는 1960년 6월 복구됐고 1954년 6월 더럭국민학교로 변경됐다. 10여년전 더럭분교장으로 바뀌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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