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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최고의 의사다"
제주산악 산증인 안흥찬·김정희 부부
백금탁 기자 gtbaik@hallailbo.co.kr
입력 : 2010. 06.14. 00:00:00
"산에 오면 어머니를 만나는 것 같아 언제나 푸근하다. 숲은 자연치유, 즉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의사다."

'제주 산악 역사의 산증인'인 안흥찬(81)·김정희(77)씨 부부가 제2회 사려니 숲길걷기 개막일인 12일 비자림로 인근의 사려니 숲길을 찾았다. <사진>

비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 부부는 한적한 숲길의 속살을 음미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안옹은 "30여년전 작고한 '오름나그네'의 저자인 고(故) 김종철씨와 2박3일간 물찻오름과 이 길을 걸었다"며 회상에 잠겼다. 그는 "당시만 해도 제주4·3사건으로 주민들이 숲으로 피신해 살다가 두고간 식기가 아주 많았다"며 "지금처럼 숲길이 나 있지는 않았지만 참 아름답고 제주 역사와 맞물려 있는 의미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안옹은 특히 "숲은 인간에게 가장 훌륭한 의사이며 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좋은 공기와 땅에서 온몸으로 스미는 지력이 매력적"이라고 칭찬했다.

"날씨가 좋으면 다시 사려니 숲길을 찾겠다"는 이들 부부는 이날 맘껏 걷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음을 기약했다.

안 옹은 1964년 제주의 첫 산악단체인 제주산악회를 창립했고 같은 해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의 초대회장을 지낸 '제주 산악 역사의 산증인'이다. 15살때 처음 한라산을 등반한 그는 4·3사건이 끝나고 1954년 금족령이 해제된 뒤 본격적으로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조난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함께 산행하던 뜻있는 인사들과 함께 1961년 한국 최초로 적십자산악안전대를 결성하는 등 50년 넘게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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