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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물의 시대](4·끝)-③용천수 체계적 관리를
일부 용천수 체계적 관리·관광지화 등 모범사례로 발굴
입력 : 2010. 06.24. 00:00:00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에 있는 용천수 청굴물은 주변을 잘 정리하여 수변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해상공원화 돼 있다.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자주 찾고 있어 용천수를 활용한 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애월읍 구시물·김녕 청굴물 등 관리·보존 잘돼
통일된 관리시스템·제도적 장치 마련 급선무


▶모범 사례=제주시 애월읍 상귀리 항몽유적지 인근에는 비교적 정비·관리가 잘 되고 있는 용천수가 있다. 바로 구시물과 장수물이다.

두 용천수 모두 역사적 유래를 갖고 있는가 하면 행정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어 타 지역 용천수에 비해 잘 보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시물은 샘 모양이 소구시(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나무와 돌로 만든 수로를 파서 만든 것이라는 뜻도 함께 포함돼 있다. 이 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안내표지판에 잘 나타나 있다. 삼별초 항쟁 당시 옹성물과 더불어 삼별초군의 식수로 이용됐고, 토성 밖인데도 또 작은 성을 쌓아 나무로 구시를 만들어 병사나 사녀의 이용수로 관리했다고 한다. 지금은 구시물 주위에 쌓았던 성이 흔적밖에 없고 구시가 돌로 대체돼 있다.

현장을 찾았을 당시 구시물은 여전히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특히 주변 환경정비는 그 어느지역 용천수보다도 깨끗했다. 이같이 정비나 보존이 잘 된 이유는 인근 항몽유적지를 담당하는 제주문화유적지관리사무소가 직접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구시물과 장수물 모두 국가지정 사적지인 항몽유적지 내에 포함돼 있어 행정의 정기적인 관리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타 지역과 달리 이곳 용천수인 구시물과 장수물의 경우 사적지 내에 포함돼 있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일주일에 수차례씩 환경정비에 의무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지속적인 정비탓인지 물이 깨끗해 상수도가 일반화된 지금까지도 마을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근에 있는 장수물은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이 관군에게 쫓기다가 토성을 뛰어넘었을 때, 바위에 파인 발자국에서 물이 솟아나게 되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가에 있는 청굴물은 지역주민들은 물론 외지에서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용천수로 잘 정비돼 있다. 땅 밑 동굴에서 지하수가 흘러 두 개의 반원 모양 운덩이로 들어오게 정비해 놔 여름철 관광객들이 물놀이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노천탕으로 쓰이곤 했다고 한다.

▲애월읍의 구시물(사진 위)과 장수물은 항몽유적지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관리를 하고 있다.

▶용천수 관리 시급=전 세계적으로 수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지역에서 지하수 및 물이용과 관련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용천수의 보전 및 관리에 대한 문제는 단편적으로만 제기되고 있을 뿐 바람직한 방안 모색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 명시된 용천수 업무와 관련된 담당부서는 환경자원연구원과 상하수도본부 등 2곳이 있는데, 환경자원연구원의 경우 용천수 모니터링과 관련된 기본조사를 수행하고 있을 뿐 시기별로 용천수의 수질이나 용출량 등 용천수 관리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상하수도본부의 경우는 대체수원 개발 및 활용 등이 업무로 돼 있지만, 용천수를 활용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 수립 등 용천수의 이용과 보전에 대한 관리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용천수 관리를 위한 통일된 관리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오름과 곶자왈, 습지 등과는 달리 '제주도 지하수관리 기본조례'에 용천수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 있어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 문제=용천수 정비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용천수 선정기준의 미비로 인해 공정성 결여, 정비에 대한 주변 환경 등을 고려치 않은 설계로 용천수 본래의 기능이 상실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대상용천수를 선정할 때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만조시에 바닷물이 들어오거나, 간조시에도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용천수 등이 선정되면서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박원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제주지역의 용천수 정비 사업은 원풍경에 가깝도록 용천수 주변을 제주돌담을 활용,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나치게 현대식으로 정비함으로써 옛 모습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 전문가 제언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용천수 관련 매뉴얼 필요"

용천수의 위치는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대부분 해안가에 집중되어 있고, 곧바로 바다로 흘러가기 때문에 버려지는 물로 잘못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그 결과 일부 용천수를 제외하고 관리·보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용천수를 보호·관리하기 위한 정비 사업이 행정안전부, 환경부, 농림부, 지자체 자체 정비 사업 등 사업별 단위별 개별 사업으로 추진되어 용천수의 원형이 고려되지 않고 진행되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용천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용출지점만을 남겨두고 그 주변지역을 돌이나 콘크리트로 단장함에 따라 용천수 원형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 되면서 용천수의 순기능을 저해하고 있다. 그리고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현대적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오히려 수량감소, 수질악화 등 마을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용천수도 생겨나고 있다. 관리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온갖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용천수도 있다. 반면 용천수 주변을 잘 정리하여 수변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공원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찾고 있는 용천수가 있기도 하다 .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의 원인은 무엇보다 용천수 관리에 있어 용천수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선정방법·선정기준·복원가이드라인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용천수를 지켜내기 위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우선 정비와 관련하여 용천수 선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사·유래 등 역사성, 주변 환경·경관 등 특이성, 용출량·면적 등 규모, 지역 주민의 이용 및 관리상태, 수질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향토사학자, 건축가, 디자인, 용천수 관계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용천수 관련 사안들을 심의하는 등 관리체계를 구성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용천수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해 용천수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원화 되어 있는 용천수의 관리 체계를 일원화 하여 관리의 책무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제주 물의 원천인 용천수를 지켜내기 위하여 용천수 복원가이드라인과 용천수 관리 매뉴얼이 시급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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