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드디어 해냈다. 원정 경기 첫 16강 진출. 무려 56년만에 이룬 쾌거란다. 6월 23일 새벽. 아마도 이날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한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월드컵이 열리면 아주 작은 소망을 갈망했다. "3게임 이상을 보고 싶다…." 남아공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그 낭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16강 진출을 염원했던 붉은악마들,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면 날아다닐것 같은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길었던 20분이 무사히 넘어가자 축구 역사상 가장 즐거운 아침이 국민들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우리 국민들의 그 작은 소망이자 큰 꿈이 드디어 해소된 것이다. 기자는 월드컵 예선 3경기 합동응원전 현장을 찾았다. 3게임 결과가 아주 재밌다. 이기고 지고 비기고. 결과는 극과 극이었지만 붉은악마들은 이기면 이긴대로 , 지면 진대로, 비기면 비긴대로 똑같이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2002년 이후 태극전사들의 경기와 붉은악마들의 거리응원전은 하나의 세트상품이 됐다.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지는 모습을 보고 외국에서는 이색적인 눈길을 보내지만 우리는 이제 거리응원전을 즐긴다. 남의 시선을 떠나 스스로 만족하는 신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냉철히 따지고 보면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다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이 개인적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은 전혀없다. 선수 자신들이야 두둑한 포상금과 함께 명예를 안을 터이지만 붉은악마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90분간의 긴장감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뿐이다. 그럼에도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대축제인 월드컵에 붉은악마들은, 아니 대한민국 국민들은 열광한다. 열광의 핵심은 모두가 하나라는 동등함 때문이 아닐까. 남녀노소는 물론 빈부차이나 학벌차이를 불문한다. 스릴만점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쾌감과 대한민국이라는 네글자와 태극기를 응시하며 느꼈던 뭉클함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조금의 차별없이 고스란히 안겨졌다. 며칠후면 태극전사들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물론 이 경기를 위한 거리응원전도 볼만할 듯하다. 다행히 예선전 당시 가졌던 승리에 대한 강박감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긴장감은 더해갈 듯 하다. 그러기 때문에 붉은악마들은, 우리 국민들은 2010년 6월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편안하게….<김성훈 문화체육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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