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끝이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제주시 삼양검은모래해변엔 모래 찜질을 하려는 이들로 넘쳐난다. 검은모래 구덩이에 온 몸을 담그고 얼굴만 내민 검은모래 찜질 이용객들이 우산을 햇빛 가리개 삼아 줄을 지워 누워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화산활동 검은 모래 자원으로 "신경통에 효험" 이용객 증가세 브랜드화 사업 성사여부 관심 "매년 여름마다 보름이나 1주일 정도 형편에 맞게 다녀가면 아픈 어깨가 한결 좋아집니다. 어느새 20년이 넘습니다." 얼마전 제주시 삼양검은모래해변(삼양해수욕장)에서 만난 고석재씨(76·제주시 애월읍 하귀리)는 하얀 광목으로 된 웃옷과 바지 한벌을 입고 있었다. 따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려 그가 직접 만든 옷이다. ▶"어깨 시린 것 좋아져 20년째" 이날 삼양검은모래해변엔 햇볕 가리개 천을 덮은 20여개 우산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우산 아래엔 검은모래를 이불삼아 누워있는 중년 여성과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해변을 찾은 이유는 화산활동이 낳은 해양문화 유산중 하나인 검은모래를 이용한 찜질을 하기 위해서다. 이열치열이다. 차거운 기운으로 더위를 몰아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몸속으로 파고드는 열기와 마주하며 여름을 난다. 맨발로 모래밭을 거닐기 힘들 정도로 온도가 치솟아 있지만 그들은 되레 검은모래를 파고 들며 몸을 뉘인다. 삼양동에 사는 김경배씨(68)는 "우리처럼 병원 가는 게 쉽지 않은 사람들이 이곳에 온다"고 했다. 해변에 마련된 유료 모래찜질 시설은 주로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용한다. 한켠에선 동네 주민들이 자리를 정해놓고 모래찜질을 벌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구덩이를 파고 서로의 몸 위로 모래를 덮어주는 일을 '수눌음'하며 찜질을 한다. 밭일 하며 뼈마디 구석구석 시린 곳이 많은 지역 주민들은 검은모래 찜질로 그렇게 몸을 다스린다. 이들에겐 저마다 하얀 광목옷 한벌씩에 모래가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드는 걸 방지하기 위한 머리 씌우개, 전용 우산이 하나씩 있다.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며 검은모래 찜질이 행해졌다고 한다. 제주시에서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 옛모습'(2009)에도 1950년대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양해수욕장의 모래 찜질'사진이 들어있다. 검은모래밭에 사람이 다리뻗고 누울 수 있는 구덩이를 판 후 머리만 빼곡 내민 채 그 옆에 우산을 꽂아 그늘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지금과 다를 게 없다. 삼양동주민센터에 따르면 해변을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5년 5만5000명을 웃돌았던 이용객은 2006년 6만3000명을 넘겼고 이듬해엔 8만2000여명으로 그 수치가 훌쩍 뛰었다. 지난해는 8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검은모래 찜질과 더불어 2002년부터 시작된 '검은모래 해변축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이달 30~31일 이틀동안 해변축제가 열린다. 삼양동주민자치위원회가 제주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제주시 삼양동 관광자원 및 상품개발 방안'용역(2009)에서도 지역주민들은 마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관광자원 소재로 검은모래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삼양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역시 삼양동 선사유적지(15.9%)를 제치고 검은모래(41.0%)가 최고 순위를 달렸다. ▲제주시에서 펴낸 '사진으로 보는 제주 옛 모습'에 실린 자료. 1950년대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양검은모래해변 모습으로 검은모래 찜질 풍경이 이즈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삼양동주민자치위원회는 몇해전 '삼양 검은모래찜질'브랜드사업 계획을 짰다. 검은모래 찜질을 테마형 관광자원으로 키우기 위해 연간 관광객 10만명 유치 등을 목표로 정하고 '삼양해수욕장 발전 방안'을 만들었다. 이 계획에는 해수사우나와 연계해 해수욕장 뒷편 유휴시설을 활용한 실외 찜질시설 설치, 검은모래와 수자원을 이용한 찜질 사우나공간 조성 등이 들어있었다. 이들은 실제 전문 기관에 검은모래 성분 분석을 맡기는 등 구전에 의존해온 검은모래 찜질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걸음을 내디뎠다. 검은모래 찜질로 유명한 전남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과 일본 가고시마 등을 돌아볼 계획도 세웠다. 이중 가고시마의 이브스키는 이미 1980년대에 검은모래 성분과 찜질 효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검은모래 브랜드화 사업은 주춤한 상태다. 제주도에서 드물게 검은모래 자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관련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검은모래 언덕이 후퇴하고 상당량이 유실되고 있는 현상도 우려된다. 이동윤 삼양동주민자치위원장 "검은모래 찜질 덕분 삼양동은 장수 마을" 이동윤(61) 삼양동주민자치위원장은 장수 마을 이야기부터 꺼냈다. 검은모래 찜질의 효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말이겠다. 이 위원장은 고향을 떠났던 재일동포 1세대들이 여름이 다가오면 검은모래 찜질을 예약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신경통이나 피부병에 탁월하다는 말이 있는데 과학적 입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효능 분석 등 검은모래 찜질 브랜드화 사업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마을에서는 검은모래 찜질을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설 건립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흐지부지됐다. "비수기때 모래 유실 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이번 겨울엔 모래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사막을 덮으려고 합니다. 브랜드화를 시도하려면 해변의 검은모래를 오래도록 보존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그는 지자체에서 검은모래의 관광자원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모래 유실 방지, 효능 분석 등 그에 앞선 절차가 필요한 데 이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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