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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2)차우진 도경영기획실장의 내 인생의 책
-벽초 홍명희 선생의 '임꺽정'
공무원 초임시절 지침서 역할
/고대로 기자 drko@hallailbo.co.kr
입력 : 2010. 08.03. 00:00:00
식민지시대 한국 소설 중가장 큰 작품으로 평가
문체 간결·언어 표현 풍부 읽으면 감동 스며들어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감명 깊었던 책, 추천해 줄만한 책이라…. 마땅히 떠오르는 책이 없는데 그렇다고 아무책이나 이야기 할수는 없고…."

차우진 제주자치도경영기획관리실장은 '내 인생의 책'이란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벽초 홍명희 선생의 대하소설 '임꺽정'으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차 실장은 "'임꺽정'은 조선시대 민중들의 생활상을 그린 대하역사소설로 식민지 시대에 발표된 한국소설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 소설은 공개가 안됐다가 고 박정희 대통령 정권 말기에 세상에 나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임꺽정'은 1928년 조선일보 연재소설로 소개됐다가 나중에 책으로 나왔다"며 "총 10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전체 이야기가 하나로 흘러가지만 한권 한권이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책의 내력을 소개했다.

차 실장은 "제가 왜 지금까지도 '임꺽정'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냐면 20대 공무원 초임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장력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인연을 밝혔다.

"이 소설은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가 간결하고 어휘력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당시 전문가들의 추천도서에도 늘 끼어 있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차 실장은 "앞서 이야기 했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표현에서 옛 우리말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며 "책에 나오는 밥만 하더라도 논둑에서 '기승밥'도 먹고 절에서 '잿밥'도 먹고, 아홉 살에 아버지를 마저 여읜 뒤로 맏형수에게'눈칫밥'을 얻어먹게 되어 고생맛을 알기 시작하였다는 표현 등이 나온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또 "우리는 하루를 나눌때 보통 아침과 점심, 저녁, 밤으로 표현하는데 이 소설에 보면 '잠들기 전의 그다지 늦지 아니한 밤'을 뜻하는 '밤저녁'이란 말이 자주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정말 여유가 있고 멋이 있는 표현이 아닙니까"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 작품에는 순우리말도 나옵니다. 개잠(아침에 깨었다가 다시 자는 잠), 겉잠(깊이 들지 못한 잠), 겨끔내기(서로 번갈아 하기) 등 표현이 너무 좋지 않습니까."

차 실장은 "소설에 나오는 의태어와 중첩어는 소설을 읽는 맛을 살려주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눈으로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며 "겸두겸두(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아울러 함을 이르는 말), 되숭대숭(여러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종작 없이 지껄이는 모양) 등 이런 의태어와 충첩어를 적절하게 사용해 의미전달을 명료하게 해준다"고 칭찬했다.

차 실장은 작품에 대해 칭찬후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이같은 말들이 그냥 쉽게 사용했을 것인데 지금에 와서는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세태가 그래서인지 소설에 나오는 어휘들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이어 "오늘날 보면 순수 우리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래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언어들이 우리말을 심하게 오염시키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남튄(남자친구), 새탈(새벽에 채팅) 등 정체불명의 말이 일상용어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소설을 읽으면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지 알 게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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