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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동아리
[2010 동아리](14)성읍초등학교 전통음악반
4~6학년 15명으로 구성… 각종행사 단골 초청
제주민요 맥 잇는 민속마을 아이들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입력 : 2010. 09.18. 00:00:00

▲성읍초등학교 전통음악반 아이들이 장구와 허벅 장단 등을 이용해 제주민요와 전래 동요를 익히고 있다. 전통음악반은 1997년 결성돼 어려운 여건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리며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또각또각' 허벅 장단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덩실덩실' 춤을 췄다. '덩기덕 쿵덕' 장구 장단도 덩달아 신명이 났다.

지난 11일 서귀포시 표선생활체육관 운동장. 성읍초등학교 전통음악반 학생들이 표선면민단합체육대회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아이들이 연주와 노래를 이어가는 동안 소나기도 살짝 비켜갔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초에 전통음악반이 꾸려진 것은 1997년이다. 성읍초는 2002년 향토민요 중심학교로, 2004년에는 전통예술 모범학교로 각각 지정된 적이 있다. 이 학교 아이들이 민요를 곧잘 부르는 일은 유달라 보이지 않는다. 성읍민속마을의 영향이 클 것이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성읍민속마을은 전통적인 읍성 형태, 민가, 민속적 자료들이 전해 내려온다. 그중 창민요들이 풍부하다. 이는 노동요나 의식요가 많이 불리던 여느 마을과 달리 성읍이 도회지였음을 보여준다. 성읍마을 중심의 창민요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제주민요'로 지정 전승되고 있다.

전통음악반은 성읍리에 사는 '제주민요' 전수조교인 강문희씨가 참여해 일주일에 두차례 정기 연습을 벌인다. 주요 과목은 연물과 민요다.

이중 제주무속에서 사용되는 음악으로 알려진 연물은 설쇠와 대양, 연물북으로 구성된다. 설쇠는 놋그릇처럼 생긴 악기를 엎어놓고 가늘고 긴 채로 쳐서 소리를 낸다. 꽹과리보다 맑고 높은 소리가 난다. 대양은 징과 비슷하지만 황금빛 색깔을 띠며 청아한 소리를 빚어낸다. 연물북은 사물놀이에 쓰이는 북보다 크기가 작고 소리가 높다.

설쇠 연주를 담당하는 김효진 학생(5학년)은 "악기를 칠 때 울려퍼지는 소리가 경쾌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며 "배울수록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민요 강습이 이루어질 때면 아이들은 종종 생소한 방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강사의 설명을 들어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민요나 전래동요를 배우며 제주방언을 하나둘 알아가는 기쁨도 있다.

성읍초는 1~6학년을 합쳐 학생수가 채 100명이 되지 않는다. 15명으로 꾸려진 전통음악반은 4~6학년 학생중에서 희망자를 뽑아 방과후 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는 농산어촌 전원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육 환경이 한층 좋아져 바이올린, 승마, 도예 등 무료로 배울 것이 많지만 아이들은 전통음악반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0년 넘는 세월동안 어렵사리 전통음악반을 지켜온 학교에서는 성읍초를 거쳐가는 아이들이라면 제주민요 한 곡쯤 부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지도를 맡고 있는 오양순 교사는 "지역 축제가 있을 때마다 초청받을 정도로 전통음악반의 인기가 높다"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이 전통음악반 활동을 통해 제주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것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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